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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퇴양난 시대, 취업할 회사 퇴사한 선배들 만나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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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퇴양난 시대, 취업할 회사 퇴사한 선배들 만나봐라”

입력
2019.01.23 04:40
수정
2019.01.23 10:3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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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장재열 대표 인터뷰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대표는 “청년들의 조기 퇴사는 교육과 채용제도, 조직문화, 미디어의 왜곡된 프레임 등 사회 각 분야의 문제들이 조금씩 쌓여 터진 문제”라고 말했다. 장재열 대표 제공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대표는 “청년들의 조기 퇴사는 교육과 채용제도, 조직문화, 미디어의 왜곡된 프레임 등 사회 각 분야의 문제들이 조금씩 쌓여 터진 문제”라고 말했다. 장재열 대표 제공

“붙여주시면 무릎 꿇고 들어가겠다고 할 정도로 취업이 절박하던 친구들이 3년 만에 퇴사 고민으로 상담하러 찾아와요. 그런데 이런 친구들이 많아요. 한 쪽에서는 취업에 난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퇴사에 난리인 ‘입퇴양난(入退兩亂)’의 시대인 거죠.”

올해로 7년차가 된 비영리단체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의 장재열(33) 대표는 21일 올해 새해 소망에 ‘취업’과 ‘퇴사’가 동시에 오른 현상을 입퇴양난이라는 조어로 진단했다. 취준생이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직장인이 되면 이내 ‘퇴사하고 싶다’고 돌변하는 분열적인 사회를 우리는 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2016년)다. 장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을 모순적인 사회 구조가 빚어낸 결과라고 설명한다.

“한국 사회는 고등학생 때까지는 규칙을 위반하지 않고 룰을 깨면 안 된다고 가르쳐요. 그런데 대학에 입학하면 도전해야 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말하죠. 해만 바뀌었는데 갑자기 스티브 잡스가 돼야 해요. 청년들은 이런 상황이 굉장히 혼란스럽고 결국은 무력감으로 다가오거든요.”

장 대표는 이런 사회 환경 속에서 청년들이 자아실현과 같은 고차원적인 욕구 대신 “낙오에 대한 공포, 불안감에 쓸려 강박적으로 회사에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장 대표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서울대 디자인학부 학생이던 시절 그도 이유 없는 불안감에 쫓겨 자격증을 따고 대외활동을 하는 등 스펙 쌓기에 전념한 적이 있었다. 졸업 후엔 어렵지 않게 대기업에 입사했다. 하지만 ‘명문대-대기업 취업’으로 이어진 코스도 그에게 안정감을 주지는 못했다. 충분한 자기 탐색 없이 들어간 직장 생활은 지속하기 어려웠고 1년 만에 우울증으로 회사를 나왔다.

피상적인 직업 교육도 여러 조기 퇴사자들을 양산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는 “학생들이 진로 선택을 할 때 ‘나는 역사를 좋아하니까 사학과를 가야지’, ‘말 잘하니까 아나운서를 준비해야지’ 이런 수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며 “‘직업 소개’에 그치는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자기 역량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그래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퇴사한 선배들을 만나서 그 회사의 양면을 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대학들이 기업에 입사한 ‘선배와의 대화’를 많이 하는데 거기 오는 분들은 대체로 회사에 만족하며 잘 다니는 분들”이라며 “대신 그 회사를 그만둔 사람에게 회사의 어떤 부분이 맞지 않아 퇴사했는지를 들으면 선택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가 만났던 퇴사를 희망하는 청년들이 꼽은 퇴사 이유는 크게 7가지였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조직문화, 안정성, 성장성, 급여, 네임밸류, 적성이었는데 이 가운데 워라밸이나 조직문화는 외부에서는 접근하기 힘든 정보이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조직문화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했다. 그는 “기업이 조직문화 개선에 대해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여전히 기성세대 관점에서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는 건 한계라고 꼬집었다. “조직문화를 개선한다면서 ‘OO데이’ 만들어서 다 함께 볼링 치러 가고 그럽니다. 최악이잖아요(웃음). 소비자 분석이 안 된 상태로 상품을 내놓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그는 한국 사회에서 퇴사 담론이 ‘나약해서 못 버티고 나왔다’거나 ‘퇴사하고 대단한 일을 해냈다’라는 양극화된 프레임으로만 다뤄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청년들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잘 하는 게 없다’ ‘열심히 안 한 것 같다’라고 자기 탓을 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조기 퇴사가 개인 문제로 수렴되기보다는 학교, 기업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책임 의식을 가지고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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