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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2대주주' KCGI, 사실상 "조양호 일가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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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2대주주' KCGI, 사실상 "조양호 일가 물러나라"

입력
2019.01.21 16:20
수정
2019.01.21 18:4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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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진빌딩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빌딩 모습. 연합뉴스

한진칼과 한진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그룹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지금껏 비공개로 요구해온 지배구조 개선, 적자사업 재검토 등을 한진그룹 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요구 사항을 전격 공개한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KCGI도 공개 행보를 통해 그룹 총수인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퇴진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KCGI는 21일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 제안했다. KCGI 제안은 크게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3가지다. KCGI는 “그 동안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과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방안에 관한 의견을 조 회장 일가 및 회사 경영진에 비공개로 전달했지만 경영진의 소극적 태도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공개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우선 KCGI는 지배구조와 책임경영체제 확립 차원에서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1인, 일반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인 및 외부 전문가 3인 등 총 6인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명분은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대한 사전 검토 및 심의를 담당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존 경영진의 영향력이 배제된 위원회를 통해 총수 일가의 경영권 행사를 견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CGI 관계자는 “총수 가족이 갑질 논란을 일으킨 대한항공만 해도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1.5%에 불과하다”며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지배구조를 방지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치해 임원에 대한 합리적 평가ㆍ보상 체계를 도입하고, 독립적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도입해 준법경영에 위배되거나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사람의 임원 취임을 금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 또한 조 회장 일가의 경영 배제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KCGI는 한진그룹의 신용등급(BBB0)을 2014년 한진해운 투자 이전 등급(A-)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연간 2조5,0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 부채비율 300% 이하, 차입금 의존도 30% 이하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만성 적자를 기록 중인 칼호텔네트워크와 LA윌셔그랜드호텔, 노후한 와이키키리조트, 인수 이후 개발이 중단된 인천 송현동 호텔부지 등이 재검토 대상이다.

KCGI의 공개 요구는 국민연금의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KCGI가 직접 교류하긴 어려워도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같은 의견을 내면 지분구조상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KCGI의 공개 요구를 한진그룹이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KCGI는 현재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10.81%를, 한진 지분 8.03%를 가지고 있고, 국민연금은 한진칼(지분 7.34%), 대한항공(지분 12.45%)의 2대 주주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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