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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무서워 112문자했는데... 출동한 경찰 큰소리로 “버스 난동 신고하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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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무서워 112문자했는데... 출동한 경찰 큰소리로 “버스 난동 신고하신 분”

입력
2019.01.21 12:01
수정
2019.01.21 20:4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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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시스템 오류 아닌 문자신고 애초에 용량 부족

경찰, 뒤늦게 단순 문자메시지 접수용량 대폭 늘려

KBS 뉴스 화면 캡처.
KBS 뉴스 화면 캡처.

버스 안 흉기 난동을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신고자만 찾다가 빈손으로 돌아간 사건은 문자 신고의 한계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45자를 넘는 112 문자신고의 경우 접수가 안된다는 맹점을 뒤늦게 파악하고 문자신고 접수 용량 확대에 나섰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0시 30분쯤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앞을 지나는 마을버스에 탑승한 한 남성이 욕설을 하며 주변을 위협하다 주머니에서 커터 칼을 꺼내 거친 말을 쏟아냈다. 남성은 칼날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동작과 함께 “걸리적거린다. 가까이 오기만 해봐라”면서 칼을 휘둘러 위협하기도 했다. 남성이 손으로 흉기를 꺼내 만지는 모습은 버스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도 찍혔다.

이에 버스 안에 있던 한 승객이 흉기 난동 상황을 112에 문자로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은 버스에 올라 “신고자가 있느냐”고 크게 물었고, 신분 노출을 꺼린 신고자가 응답하지 않자 별다른 조치 없이 버스에서 내렸다. 최초 신고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출동한 경찰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서 큰 소리로 신고자가 누구냐 묻고는 선뜻 나설 수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를 두고 경찰의 미온 대처 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은 “112문자 시스템 오류로 ‘남성이 흉기를 들고 있다’는 신고 내용이 현장 경찰관에게 전달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칼을 들고 있다’는 뒷부분이 누락된 채 ‘파란 패딩을 입은 남자가 욕?’이란 부분만 현장 출동 경찰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신고자는 ‘우리가 신고한 걸 모르게 해 달라’는 내용도 문자에 포함시켰으나 이마저도 전달 되지 않았다. 112 문자신고 시 단문은 용량이 딱 45자까지만 접수되는 탓이었다. 오류가 아니라 시스템의 한계였다.

경찰은 뒤늦게 문자신고 중계서버를 운영하는 LG유플러스를 통해 단순 문자메시지 접수용량을 무제한으로 늘렸다.

112 문자신고는 2003년 처음 도입됐다. 서울경찰청의 경우 지난해 전체 112신고 414만5,371건 중 문자신고는 17만2,729건(4.2%)이었다.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은 “급박한 112신고는 문자로 길게 오지 않는데 이번엔 45자가 넘었다. 지령실과 출동 경찰관 사이에 정확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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