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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ㆍ유튜브 속 성차별, 아이들이 고민하게 했더니 혐오 발언 사라져

입력
2019.01.24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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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에 맞서는 ‘초등성평등연구회’ 선생님들

초등성평등연구회 교사들이 제작한 교재. 김수진 인턴기자
초등성평등연구회 교사들이 제작한 교재. 김수진 인턴기자

“너 게이냐?” 같은 반 친구에게 놀림받던 아이는 혐오표현에 맞설 언어를 찾았다. ‘외모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직접 학급 규칙을 정한 아이들은 교실에 걸려있던 거울을 치웠다. 친구를 따라 화장을 하던 아이는 스스로 화장을 그만뒀다. 차별ㆍ혐오 발언이 오가지 않는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낀다. 서한솔 서울 노원구 상천초등학교 교사가 담임을 맡은 5학년생들에게 성 평등 교육을 진행하면서 나타난 변화들이다.

서 교사는 2016년 5월 발생한 강남역 인근 여성 살해 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스트 교사가 됐다. 사건 직후 초등교사 인터넷 커뮤니티 ‘인디스쿨’에 “여성 대상 범죄와 여혐 발언이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 학내 성 평등 교육이 필요하다”고 올린 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때 뜻이 맞는 교사들이 하나둘 모여 결성한 ‘초등성평등연구회’(이하 연구회)에는 현재 교사 20명이 활동 중이다. 전국에서 모인 이들은 매달 정기모임에서 교재 개발 등 성 평등 교육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서 교사는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에서 불평등한 요소를 학생이 직접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는 교육 방법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아이들에게 드라마, 예능, 유튜브 등 콘텐츠에 담긴 성차별적인 내용을 분석하고, 교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기회를 얻게 한다. 활발한 논의를 거쳐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하는 자세를 배운다. 아이들은 협의를 통해 정한 학급 규칙을 어떠한 핑계도 없이 따르고 있다.

성 평등 교육 효과는 성별 불문 모든 학생에게 두루 나타났다. 몸집이 작고 운동도 못 하는, 이른바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다움이 부족한 남학생은 자기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또 공동체에서도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게 됐다. 학생다움의 강요로 ‘화장할 자유’를, 여성다움의 요구로 ‘화장하지 않을 자유’를 동시에 억압받던 여학생은 온전히 본인 의사에 따라 화장 여부를 능동적으로 선택했다.

서 교사는 “교실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혐오 표현에도 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멋모르고 또는 재미 삼아 여성, 장애인, 성 소수자를 비하, 차별하는 언어를 사용한다. 교사가 “잘못됐다”, “재미없다”고 즉시 단호하게 문제를 짚어줘야 아이들이 혐오 발언 사용에 경각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교사도 성 소수자 관련 혐오 표현에 대응하기는 다소 까다롭다. ‘학교성교육표준안’이 동성애와 성 소수자에 대한 지도는 배제하고 있어서다. “성 소수자 혐오 표현에 대한 방기는 성 소수자 학생에게 상처가 됩니다. 성차별적인 성교육표준안은 공교육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입니다.”

그는 아동 혐오에도 맞서고 있다. “초딩○○”, “한남(한국 남자의 준말로 남성을 비하하는 말) 유충” 등 아동을 혐오하는 말부터 ‘노키즈(No-kids)존’까지 우리 사회에서 아동은 각종 혐오의 말을 듣고, 당하며 자란다. 혐오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혐오의 칼날이 향하는 소수자의 입장에 보다 잘 공감한다. 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혐오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아동 혐오’ 사례를 먼저 제시하는 까닭이다. “온갖 혐오에 맞서는 학교 교육이 힘을 얻으려면 사회 전체 역시 약자를 존중하는 변화에 동참해야 합니다.”

김수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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