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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향을 살리는 길, 가족나들이 계획이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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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향을 살리는 길, 가족나들이 계획이 시작입니다

입력
2019.0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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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수 의성군수
김주수 의성군수

얼마 전 파리에 등장한 세계 최초의 백화점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백화점의 이름은 봉 마르셰였고, 생겨난 해는 조선의 고종 임금이 태어난 1852년었습니다.

그 옛날에 백화점이 생겨난 비결은 ‘산책’이었습니다. 당시 파리 사람들은 주말에 양산을 받쳐들고 한가롭게 시내를 산책하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지금 사람들에겐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불과하겠지만, 그 시대 사람들은 부유한 사람들의 특권으로 생각했습니다.

주말마다 사람들이 쏟아지다 보니 산책에 꼭 필요한 우산이나 양산, 장갑, 신발 따위를 팔다가 이것이 점점 발달해서 대형 상점으로 진화했고, 그 궁극적인 형태가 백화점인 것입니다. 요컨대, 산책이 세계 최고의 소비 시장을 열었던 셈입니다.

시골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고향으로 향하던 발길도 이제는 해외로 쏠리기 일쑤입니다. 지방마다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의성도 혼신의 힘을 쏟아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의성은 저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5년 남짓 군청에서 근무를 해보니 이보다 매력적인 고장이 없습니다.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한우와 마늘은 물론이고, 금성산과 영천 이씨 집성촌이자 영남 최고의 정원으로 통하는 소우당이 있는 산운마을, 고대의 신비가 깃든 조문국 왕릉까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명소가 그득합니다.

여기에 서애 류성룡 선생이 태어난 점곡면 사촌마을도 최근 들어 가장 뜨거운 답사 장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선생의 외가인 안동 김씨 도평의공파 종택 입구에 선 보물 제1825호 만취당(晩翠堂)은 1584년에 준공되었는데, 현판의 글씨가 석봉 한호의 친필로 알려져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마을 서편에 자리잡은 900미터에 이르는 사촌리 가로숲은 말 그대로 ‘산책 명소’입니다. 이 길죽한 모양의 숲은 마을이 들어서던 1392년에 조성된 인공 숲으로 원래의 목적은 마을 서편의 허한 기를 보완하려고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만든 비보숲이지만, 현재의 관점에서 보자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폐해를 막는 방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도시숲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태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생태 명소입니다.

산책이 세계 최초의 백화점을 탄생시켰듯, 지금 우리네 고향에 가장 필요한 것은 나들이입니다. 가깝고 먼 곳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경기가 살아나고 정착하는 인구도 늘어날 것입니다.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의 시작은 여러분의 가족 나들이 계획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자체마다 도시민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의성은 볼거리와 먹거리에서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가락 마디 하나만큼은 더 좋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특히, 22만 출향민들에게 당부드립니다. 여러분들의 나들이 한번이 고향에 활력과 활기를 불어넣는 원동력입니다. 오는 설날은 물론이고, 새해 계획에 고향 나들이를 한 번씩만 더 늘려주십시오. 출향민들이 한번씩만 더 고향을 방문해도 관광객이 22만 명이 늘어납니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들이로 드러내 주십시오. 그것이 고향과 지역을 살리고, 함께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대안입니다. 출향민 여러분, 고향으로 오세요!

김주수 의성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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