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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방의원들이여 제발 바꿉시다!

입력
2019.01.22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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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개원 한달 후 국외연수를 선뜻 진행하겠다고 나서는 상임위는 없었다. ‘물난리 외유, 레밍 발언’ 후유증 때문이다. 우리 상임위가 낙점되었지만 기존방식의 패키지연수는 NO. 다행히 공무국외연수단 인솔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지역에 있어 삼고초려 끝에 코디 역할을 수락 받았다. 연수목적이 혁신교육, 민주시민교육, 통일교육 정책 비교였으므로 연수국은 덴마크와 독일로 정했다. 대중교통 정책을 알아보고, 예산도 절약할 겸 덴마크에서는 대중교통으로, 독일에서는 렌터카로 이동하기로 결정하였다. 계획짜기, 간담회, 사전교육, 심의 등은 무리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 속에 통과하였다.

9월 27일 새벽 코펜하겐공항 도착, 지하로 내려가 티켓 발급, 대형 캐리어를 끌고 전철에서 내려 버스를 두 번 갈아탄 뒤 동네정류장에서 수백 미터를 걸어 도착한 숙소는 100년 된 집이었다. 삐걱거리는 마루바닥, 썰렁한 다락방, 욕실 한 곳 공동사용, 아침저녁 직접 취사로 4일을 지냈다. 덕분에 그들의 주거문화와 검소함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자전거와 대중교통 위주로 설계된 도로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덴마크 교육은 평생무료, 부모의 경제력과 무관한 교육기회 부여, 서열위주 교육 지양, 소통과 연대 협력을 중시하는 놀이중심 교육, 경험을 통해 깨닫고 창의력을 향상하는데 목적이 있다. 충북의 행복씨앗학교가 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 생각했다. 독일의 민주시민교육과 정치교육은 연방정부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각 주가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정치교육을 정규과목에 편성, ‘애들은 정치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우리와 상반되었다.

휴게소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 추운 날씨를 견디기도 했다. 덴마크 자유학교인 폴케호이스콜레는 기꺼이 수업 참관을 허락하였고 기관방문은 충실한 설명을 듣느라 약속된 2시간을 초과하곤 했다. 섭외와 통역을 맡아준 현지 한국인 덕분이었다. 독일에서의 1만6,000km 여정은 렌터카를 이용한 덕분에 짬을 내어 가까운 관광지를 들를 수 있었다.

8박 10일간 12곳 방문(덴마크 교육부, 폴케호이스콜레, 외래스타트고교, 헬러룹스콜레, 익스페리렌타리움, 왕립도서관, 베를린연방정치교육원, 작센주의회, 에버트재단, 바덴부르텐베르그 정치교육원, 슈트투가르트시립도서관, 스웨덴말뫼시립도서관)에, 인터뷰 5회(이주한국인 4회, 덴마크인 1회) 진행에 일행들은 지쳐갔다.

연수보고서를 직접 작성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내용을 수첩에 꼼꼼히 메모한 김에 정리하여 SNS에 올렸다. 하루 이틀 일기처럼 올렸는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화제가 되어 있어 놀라웠다. 동료의원들은 가끔 원망 섞인 농담을 한다. 위원장님 덕분에 고생 많이 했다고... 허리 통증을 견디며 묵묵히 걸었고, 1만6,000km 이상을 운전해준 동료의원과 코디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연수보고회는 성황리에 마쳤고 우리의 뇌리에 새긴 덴마크와 독일의 교육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의원은 아는 만큼 보고, 아는 만큼 질의한다. 뚜렷한 연수목적이 있다면 선진지 연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넷이나 책으로만 상대국을 아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에 의원들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주민들의 권한을 잠시 빌렸음을 자각할 때만이 가능하다.

이숙애 충북도의회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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