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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집권 3년 차의 징후들

입력
2019.01.22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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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4월 원 포인트 개헌 발의 때 “임기 3년이 지나면 레임덕이 온다”며 이를 ‘임기 3년 차의 저주’로 표현했다. 5년 단임제에서 오는 집권 3년 차 ‘증후군’은 측근 비리, 권력형 게이트, 권력 내부의 분화, 정책 혼선 등 다양하다.

김영삼 정권은 군 사조직 척결, 금융실명제 실시 등 개혁정책에도, 임기 중후반의 노동법 날치기 파동, 한보 비리와 아들 구속 등으로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다. 김대중 정권은 외환위기 극복과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치적에도 불구하고 옷 로비 사건, 정현준ㆍ진승현ㆍ이용호 게이트로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고, 이명박 정부는 2010년 민간인 사찰,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권력 내 갈등에 직면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의 비선 실세 파문, 성완종 리스트, 최순실 사태 등으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이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지만 지난 연말부터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 초입에 벌어지는 일련의 현상들은 집권 3년 차 징크스 방어의 시험대다. 적폐청산에 기반한 국정동력 확보는 한계에 부딪쳤고, 경제와 민생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다. 문 대통령 지지도인 40% 후반대의 지지도가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과반에 육박하는 지지세를 유지해 나갈 동력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더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 차 징크스’를 비켜가기 위해서는 민심과 여론에 조응하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의혹과 사건은 돌발적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대처 방식과 여론에 반응하는 소통의 수준이다. 진영과 지지 정당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상식에 입각해서 이슈를 대하고 현상을 보아야 한다. 정당의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과감한 선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민심은 더 이반될 수 있다.

손금주ㆍ이용호 의원 입당 불허는 불과 2석이지만 정당의 개방성과 포용성 측면에서 권력 핵심 그룹의 폐쇄성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우상호ㆍ박영선 의원의 비판은 송영길 의원의 탈원전 정책 발언과 함께 권력 분화의 서막이라는 정치적 해석도 가능하다. 이러한 당내외적 현안들을 돌파하는 기본은 역시 국민 동의와 지지다. 그러나 이는 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손혜원 의원이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탈당을 결정했지만 공인으로서의 책임의식은 찾기 어렵다. 서영교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도 당직만 내려놓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또다른 민심 오독(誤讀)이다.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당 간 정치공방 수위는 높아지고 여권은 수세적, 방어적 구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촛불민심으로 출발한 정권의 정체성에 저항하는 수구세력은 세를 확장하면서 집권층과의 대립각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릴 것이다. 정치개혁은 피상적 합의에 머무르며, 정치는 과거 패러다임의 틀에 갇히는 퇴행을 반복하고 정당 간 쟁투로 점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민의 개혁 에너지를 살리고 사회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변혁의 반전을 시도하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개혁이라는 의제 자체의 실종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도 예외없이 집권 3년 차 증후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경제 지표와 일자리 악화 등 경기침체가 블랙홀처럼 한국사회를 다시 촛불 이전으로 돌아가게 하고 있다. 검찰개혁과 재벌개혁, 노동개혁 등이 설 공간은 점점 협소해지고 있다. 정권은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은 행태에 노출돼 있다. 청와대로의 과도한 권력집중, 전직 의원이나 낙천자, 정권 공신들에게 돌아가는 낙하산 인사 등 도덕적 우위의 상실은 개혁동력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집권 3년 차 징크스의 조짐이 보일 때 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집권 엘리트들의 기득권화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민주화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그랬다. 집권 핵심 그룹이 새겨야 할 명제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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