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민주당에 부담 안 줄 것… 검찰 수사 받겠다” 정면돌파 의지
“하나라도 사실일 땐 의원직 사퇴”… 홍 원내대표 이례적 회견 동석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민주당을 탈당한 뒤 검찰 수사를 받겠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또 의혹이 하나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투기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난 15일 이후 격화된 혼란상을 일단락 시키기 위한 전격적인 조치지만 야당은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손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홍영표 원내대표와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당적을 내려놓기로 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탈당 이유에 대해서는 “당의 만류가 있었지만 온 국민을 이렇게 의미 없는 소모전 속으로 몰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당을 떠나는 것은 당을 살리기 위해서다. 제 인생을 걸고 모든 것을 깨끗하게 밝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겠다“며 탈당이 의혹을 밝히기 위한 임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손 의원은 또 “좋은 경관, 좋은 역사가 살아 있는 곳이 더 이상 사라지기 전에 제가 발견한 곳이 바로 목포였다”고 말했다. 지방 도시재생 차원에서 건물을 구입하고 주변에도 권했을 뿐, 부동산 투기는 아니었다는 종전의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 손 의원은 그러면서 의혹을 밝히기 위한 검찰 수사를 자진해서 받겠다고 한 뒤 “조사를 통해 하나라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자리에서 저는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공정한 수사를 위해 국회 문화체육위원회도 떠나 있겠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SBS와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 걸 수 있는 모든 것을 걸어 고발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손 의원의 기자회견은 탈당으로 당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본격적으로 의혹 제기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7일 비공개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투기가 아니다”는 손 의원의 해명을 수용했지만 “국민 정서를 무시한 안이한 조치”라는 비난 여론이 커지자 손 의원이 먼저 한발 물러난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홍 원내대표가 이례적으로 의원 개인의 탈당 회견에 동석한 것도 불가피하게 탈당을 선택한 손 의원을 배려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당이 손 의원의 주장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여론 악화를 이유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본인 의지로 탈당을 하고 홍 원내대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당의 지지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손 의원의 거취 표명으로 정치권의 공방이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다 해도 결론을 내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데다 손 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당을 포함한 야 4당은 이날 기자회견 후 일제히 비판 논평을 내고 “민주당 탈당이 아닌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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