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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간부 9% 하위직이 90%...경찰, 업무만큼 승진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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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간부 9% 하위직이 90%...경찰, 업무만큼 승진 스트레스

입력
2019.01.21 04:40
수정
2019.01.21 09: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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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기형적 인사구조 쇄신 목소리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경찰 정기인사가 24일 하위직 인사를 끝으로 한 달여 만에 마무리 된다. 하지만 경찰은 올해도 어김없이 정기인사로 조직이 적잖이 술렁거렸다. 경찰 간부 2명이 공개적으로 승진제도를 문제 삼자 경찰청장이 이를 경고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무엇보다 중간간부 이상으로 올라가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첨탑형’ 조직구조에 대한 원성이 비등하다. 극심한 인사 적체도 문제지만 경위 이상 간부를 1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기형적인 조직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경찰은 총 8,400여명으로 집계됐다. 승진 문턱을 넘은 이들은 전체(11만6,854명)의 7.2% 수준에 불과하다. 1만5,000여명의 6급 이하 직원 가운데 해마다 10%가량이 승진 명단에 오르는 국세청과 비교해도 승진 기회가 크게 부족하다.

경찰청과 국세청의 계급별 인력분포. 신동준 기자
경찰청과 국세청의 계급별 인력분포. 신동준 기자

경찰청이 특별히 승진에 인색한 것은 경찰 조직구조의 특수성 탓이 크다. 다른 정부기관(9계급)과 달리 경찰은 11계급으로 나눠져 있다. 계급별 인력분포를 보면 하위직(7~9급) 비율이 전체의 90.3%로 가장 많고 중간계급(5~6급) 9%, 고위직은 0.5%에 불과하다. 위로 갈수록 뾰족한 첨탑형에 가까운데 국세청만 해도 중간계급이 28%로 두꺼운 편이다. 경찰 하위직은 수많은 동료와 승진 경쟁을 해야 하고, 고위직은 적은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일정 기간이 되면 승진시켜 주는 근속승진 제도 역시 경찰엔 불리한 구조다. 순경(9급)이 6급인 경감까지 승진하려면 25년 6개월이 걸리고, 일반 공무원은 23년 6개월로 2년 짧다. 경찰관들이 다른 공무원보다 보수와 승진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내는 이유다. 경찰청 소속 A경정은 “이렇게 평생을 승진에 목을 매며 살아야 하나 가끔 회의감이 들지만 승진을 못하면 당장 가족 생계를 책임질 수 없게 되니 결국 선택지는 승진말곤 남는 게 없다”면서 ‘비정상적 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경정 이상 중간간부는 하위직에 비해 경쟁이 덜 치열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승진 스트레스에서 예외도 아니다. 일정 기간 내 승진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경찰 간부는 “몇 년 전 승진을 하지 못한 경정 계급이 자살한 일도 있다”며 “다른 정부 공무원은 간부로 나오면 유관기관에 취업이라도 하지만 경찰은 그런 것도 없는데 40대에 퇴직하면 당장 먹고살 길이 없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중간 계급을 최소 다른 정부부처(평균 28%) 수준만큼은 늘려서 숨통을 틔워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승진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기도 하지만 하위직이 전담하는 치안 업무를 중간계급이 나눠 맡아야 국민 편의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찰의 요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십수 년째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등의 국면에서 조직 확대로 오해를 살 소지가 있어 조심스럽긴 하지만 다른 정부부처와 비슷하게라도 조직을 만들어 달라는 게 경찰 내부의 요구”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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