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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푸드, 남의 일 아니야” 생존 기로에 선 1세대 중저가 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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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푸드, 남의 일 아니야” 생존 기로에 선 1세대 중저가 화장품

입력
2019.01.21 04:40
수정
2019.01.21 13:4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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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스킨푸드 매각 소식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우리 브랜드도 위태롭긴 매한가지니까요.”

서울 강남구에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A사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이한솔(가명)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스킨푸드 가맹점을 운영하는 한 지인이 본사에서 물품을 공급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사연이 “남일처럼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는 “A사도 매년 실적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혹시라도 본사가 무너지면 어쩌나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20일 유통ㆍ화장품업계는 최근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가 스킨푸드와 자회사인 아이피어리스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조 대표는 지난해 10월 적자 누적과 협력사 대금 체불 등의 경영 악화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사실상 자구 회생이 어렵다고 시인한 셈이다. 지난해부터 폐업설이 끊이지 않았던 스킨푸드의 몰락은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스킨푸드와 함께 미샤(에이블씨엔씨), 더페이스샵(LG생활건강) 등 ‘1세대 화장품 로드숍’들이 중국 사드(THAD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를 시작으로 불과 15년 만에 ‘신화’가 무너지며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2016년부터 매출이 떨어지고, 매장 수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의 위기를 두고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저가 화장품 로드숍 B사의 한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 업체들이 과도하게 매장 수를 늘리면서 한 지역 내 가맹점주들이 ‘파이 나눠먹기’ 경쟁에 내몰렸다”며 “지나친 경쟁으로 문 닫는 가맹점들이 생겼고, 과도한 할인에 매출을 의존하게 만드는 본사의 경영 방식은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놓았다.


몸집을 키우는 데만 집중한 결과 지난 2011년 22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매장수가 5,000여개로 늘었다. 지난해 매장 수는 4,000여개로 추정된다. 과열 경쟁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얘기다. 상가 한 집 걸러 한 집에 화장품 로드샵이 생기고, 한 지역에 같은 브랜드의 가맹점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시장과 경쟁의 포화 상태”가 이어졌다. 가맹점들이 스스로 “영업 포기”를 외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화장품업계에선 중저가 화장품 업체들 스스로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미샤가 ‘3,300원 화장품’으로 저가 돌풍을 일으켰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체성이 모호하다. 한방 화장품에도 손을 뻗으며 고가 전략을 펴고 있다. 미샤의 한방 화장품 ‘초공진 3종’ 세트가 11만4,000원인데, 명품 한방 화장품으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자음 2종’ 세트는 12만원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비슷한 가격이라면 명품 이미지의 제품에 손이 간다.

최근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소비 트렌드에 적극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가격 경쟁력과 자사 제품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가격대의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뷰티편집숍이나 헬스&뷰티(H&B)숍들이 이미 ‘제2의 화장품 로드숍’으로 떠올랐다. H&B숍인 CJ올리브영의 경우 현재 1,000개가 넘는 매장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고, 후발주자로 나선 뷰티편집숍 시코르(신세계)와 H&B숍 롭스(롯데)의 선전도 만만치 않다.

이런 변화 추세에 발맞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자사의 중고가 편집숍에서 저가 화장품도 함께 판매하기로 했다. 토니모리는 국내에 진출한 세포라, 부츠 등 세계적인 편집숍에 입점하는 식으로 불황 타계를 선언했다. 롭스 관계자는 “한 달치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1조원에 올라선 시대인 만큼 오프라인 매장이 생존하려면 운영 방식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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