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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열하면 사망률 30%... 뇌동맥류, 전조증상 없어 예방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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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열하면 사망률 30%... 뇌동맥류, 전조증상 없어 예방이 중요

입력
2019.01.22 05:00
수정
2019.01.24 22: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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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준 고려대안산병원 교수 인터뷰

터지면 망치로 때리는 듯한 두통, 치료해도 장애 위험

MRA 검사로 95% 진단… 클립결찰술·코일색전술로 치료

머리 속 동맥 혈관이 어떤 이유로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다(뇌동맥류ㆍ腦動脈瘤). 이 같은 뇌동맥류는 인구의 1∼2%에서 발견된다. 2016년 한 해 2만5,000명이 뇌동맥류로 진단됐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런데 뇌동맥류가 파열돼 뇌 지주막 아래에 피가 스며들면(지주막하출혈) 30%가량이 목숨을 잃는다. 설사 목숨을 건진다 해도 50% 정도는 크고 작은 영구장애를 겪는다. 뇌동맥류를 ‘머리 속 시한폭탄’으로 부르는 이유다. 따라서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에 예방적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그렇지만 뇌동맥류 파열로 치료 받는 환자가 한 해 5,000명일 정도로 뇌동맥류 치료율은 낮다. 뇌질환 치료에 천착하고 있는 임동준(56) 고려대안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임 교수는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전까지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뇌동맥류 여부를 미리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어떻게 되나.

“뇌동맥류는 머리 속 동맥 혈관 일부가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것을 말한다. 2㎜에서 20㎜가 넘는 뇌동맥류까지 다양하다. 뇌동맥류 환자가 2010년 2만5,713명에서 2016년 7만828명으로 2.7배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령화와 식습관 변화, 건강검진 확대 등에 따른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일교차가 큰 날씨에는 혈압 변동폭이 커져 뇌동맥류가 파열될 위험이 높다.

문제는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까지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간혹 크기나 위치에 따라 두통 뇌신경마비 뇌전증 발작 등이 나타나기는 한다. 뇌동맥류 환자의 20% 정도는 뇌동맥류 파열 전에 ‘경고 두통’을 경험한다. 뇌동맥류의 미세 출혈이나 팽창, 허혈 때문이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혈액이 뇌와 두개골 사이의 지주막(뇌를 감싸고 있는 뇌막 가운데 가장 바깥의 경막과 가장 안쪽의 연막 사이에 있는 막) 아래 공간으로 스며든다. 이 혈액이 두개골과 뇌 사이에서 외부환경 변화나 충격 등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뇌척수액과 섞여 뇌압이 상승하게 된다. ‘지주막하출혈’이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대부분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듯한 극심한 두통을 겪게 된다. 이밖에 머리 전체가 아프든지, 목의 뒷부분이 당기는 것처럼 뻐근해진다. 오심 구토 의식저하 시력변화 경련 편마비 등 다양한 증상이 생긴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30% 정도가 목숨을 잃는다. 혹시 치료한다 해도 인지장애 언어장애 편마비 등이 생길 위험이 높다. 50대에 가장 많이 발병하지만 젊은층도 안심하면 안 된다.”

-지주막하출혈이 생기기 전에 뇌동맥류를 없애야 하지 않나.

“그렇다. 뇌동맥류가 파열돼 치료를 받으면 목숨을 잃을 위험이 30% 이상이나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되기 쉽다. 따라서 뇌혈관에 문제 있다고 여겨지면 컴퓨터단층혈관촬영술(CTA)과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등을 통해 뇌검사를 받는 게 좋다. MRA검사로 뇌동맥류를 95% 이상 진단할 수 있다.

뇌동맥류 진단을 받으면 뇌동맥류 파열을 막기 위한 수술을 받게 된다. 바로 ‘클립결찰술’이다. 두개골을 열어 부풀어오른 뇌동맥(뇌동맥류)을 찾아낸 뒤 클립처럼 생긴 도구로 뇌동맥류를 묶는 고난이도 수술이다. 혈관과 부풀어오른 뇌동맥류 모습이 제각기 다르기에 적합한 클립도 천차만별이라 수술 경험이 많은 숙련된 의료진이 필요하다. 따라서 수술은 뇌혈관 전문 신경외과 의사가 근무하는 전문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받기를 권한다.

뇌동맥류 치료에는 1990년대 처음 등장한 코일색전술도 쓰인다. 머리를 열지 않고 대퇴동맥을 통해 미세 도관(카테터)을 뇌동맥류 안으로 삽입하고 1㎜ 이하의 아주 가느다란 백금 코일을 채워 넣어 뇌동맥류 파열을 막는 시술이다.”

-뇌경색과 뇌출혈 등 뇌졸중도 늘어나고 있는데.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는(뇌출혈) 뇌졸중은 매년 10만5,000명 정도 발생한다. 이 가운데 10만명 당 30명 정도(2015년 기준)가 목숨을 잃어 사망원인 3위일 정도로 치명적인 병이다. 뇌졸중은 뇌경색(76%), 뇌내출혈(15%), 지주막하출혈(9%) 순으로 발생한다.

뇌졸중 가운데 가장 많은 뇌경색은 뇌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뇌혈류가 저하돼 발생한다. 혈류 공급이 즉시 재개되면 빨리 회복할 수 있지만 혈류가 몇 분 내 재개되지 않으면 뇌 조직이 죽는다. 뇌경색 환자가 점점 늘어나 2015년 44만 2,118명에서 2017년 47만4,635명으로 3만명 이상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뇌경색은 혈관이 막힌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뇌혈류가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다가 회복되는 일과성 뇌허혈발작의 경우에는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곤 해 단순한 컨디션 저하로 생각해 간과하기 쉽다.

뇌경색이 생기면 즉시(늦어도 4시간 이내) 병원을 찾아 혈전용해제(tPA)를 투여해 혈관을 막은 혈전을 녹이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혈전이 심해 약물만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환자에게는 뇌혈관내수술이 필요하다. 동맥을 경유해 미세혈관을 삽입해 시술하는 ‘기계적 혈전제거술’이 대표적이다. 뇌에 혈류를 공급하는 경동맥이 심하게 좁아져 뇌경색 위험이 높으면 ‘경동맥 내막절제술’ 혹은 ‘뇌혈관 전용 스텐트시술’을 시행한다. 뇌혈관 전용 스텐트시술은 협착이 생긴 뇌혈관에 스텐트를 넣는 것이다. 또한, 좁아진 혈관을 넓히기 어려우면 두개강 내로 혈관을 이식하는 ‘뇌혈관우회술’이 필요할 수 있다.

뇌경색은 이상지질혈증, 음주, 흡연 등으로 인한 동맥경화나 심장질환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기에 해당 사항이 있으면 약물치료와 적절한 운동, 식이요법 등으로 발병 위험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임동준 고려대안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는 듯이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생긴다면 뇌동맥류 파열을 의심해 즉시 큰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안산병원 제공
임동준 고려대안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는 듯이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생긴다면 뇌동맥류 파열을 의심해 즉시 큰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안산병원 제공
임동준 고려대안산병원 신경외과 교수. 고려대안산병원 제공
임동준 고려대안산병원 신경외과 교수. 고려대안산병원 제공
임동준(왼쪽) 고려대안산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클립 모양의 도구로 머리 속에 생긴 동맥류를 묶는 클립결찰술을 시행하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 제공
임동준(왼쪽) 고려대안산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클립 모양의 도구로 머리 속에 생긴 동맥류를 묶는 클립결찰술을 시행하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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