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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서 못 다 푼 열정, 야구교실서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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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서 못 다 푼 열정, 야구교실서 보여드릴게요”

입력
2019.01.19 07:00
수정
2019.01.19 09:4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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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야구학교 ‘54K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열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김광수(왼쪽부터), 조학림 트레이너, 김태완. 성환희 기자
엘리트 야구학교 ‘54K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열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김광수(왼쪽부터), 조학림 트레이너, 김태완. 성환희 기자

18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의 한적한 공간. ‘54K 베이스볼 아카데미’라 이름 붙은 건물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학생의 투구폼을 열심히 교정해주고 있는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1월 KIA에서 은퇴한 김광수(38)는 LG에서 한솥밥을 먹은 절친한 동기 김태완(38)과 의기투합해 지난해 3월 이 곳을 열었다.

김태완은 2004년 LG에 입단해 백업 내야수로 뛰다가 2013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2014년엔 거의 대타로 나가면서도 65경기에서 타율 3할4푼7리의 ‘특급 조커’로 활약했다. 그는 “나바로를 영입해 더 이상 뛸 자리가 없었다”고 웃었다. 고질적인 부상이 겹쳐 2016시즌 전반기를 마치고 일찌감치 은퇴를 결심했다. 김광수는 좀더 미련이 있었다. 2000년 LG에서 데뷔해 줄곧 ‘미완의 대기’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2011년 한화를 거쳐 2015년 5월 KIA로 트레이드 후 뒤늦게 꽃을 피웠다. 3년 동안 114경기에 등판해 7승10패 7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 6.09를 기록하면서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2017년 설 자리를 잃었고, 결국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광수는 “당시엔 너무 화도 나고, 아쉽기도 했지만 지금은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갈 만큼 이 일에서 보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 출신이 운영하는 비슷한 곳이 넘쳐나지만 확실한 차별화 전략 덕에 입소문을 타고 동종업계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으로 입지를 다졌다. 김태완은 “우리는 재활이 필요한 선수들에겐 절대로 운동을 먼저 시키지 않는다. 그런 학생들이 찾아올 때는 재활센터나 병원을 주선해줬다”고 말했다. 김광수는 “한 명을 가르치더라도 전문가에게 1대1로 배워야 학습효과가 있다는 걸 깨달았기에 투수와 야수 파트를 철저하게 나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트레이닝 파트를 책임질 전문가까지 최근 영입했다. LG에서 17년간 일한 조학림 트레이너다. 조 트레이너는 최근 수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야구 투구 시 볼 스피드 차이에 따른 운동학 및 운동역학적 변인 분석’이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좀더 전문적인 트레이닝 기법과 시스템을 선수들에게 전수해주고자 트레이너로 밤낮없이 일하는 와중에 무려 11년 만에 학위를 취득했지만 LG에서 그에게 돌아온 건 재계약 불가 통보였다. 조 트레이너는 “젊은 시절을 바친 직장에서 단 한마디 퇴출 통보를 받고 상실감이 컸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보람 있다고 생각해 이 곳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광수는 “약 70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더 이상은 받을 여력도 없다”고 웃으면서 “선수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고 힘들지만 야구 선배로 아이들에게 헛된 시간을 보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LG 출신의 투수-야수-트레이너로 다시 뭉친 이들은 “LG가 잘 됐으면 한다는 생각은 늘 한다”며 친정팀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광주=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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