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북한 김영철 워싱턴 오는 날, 트럼프는 펜타곤으로

알림

북한 김영철 워싱턴 오는 날, 트럼프는 펜타곤으로

입력
2019.01.17 17:18
수정
2019.01.17 19:47
6면
0 0

국무부 “발표할 회담 없다”… 백악관도 면담 계획은 안 밝혀

지난해 김영철의 방미 일정 막판 취소가 영향 미친 듯

트럼프, 국방부 방문해 새 ICBM 방어 전략 발표 예정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7일 중국 베이징(北京) 공항에 도착해 전용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7일 중국 베이징(北京) 공항에 도착해 전용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7일 베이징에서 워싱턴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미국 정부가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과 고위급 회담 일정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아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무산 전례에 따라 극도로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2차 정상회담 성과를 둘러싼 미국 정부 내부의 논쟁과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주 초부터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랐으나 미국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에도 “발표할 회담이나 출장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백악관도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과 관련한 한국일보 질의에 “많은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긍정 입장을 밝혔으나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 계획은 확인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연초부터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고대한다”며 “머지 않아 준비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고조시켰으나, 정작 김 부위원장 방문이 임박한 상황에선 별다른 트윗을 띄우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침묵은 우선 지난해 11월 8일 김 부위원장의 방미 일정이 무산됐던 전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고위급 회담 일정을 공식 발표하기 전부터 여러 인터뷰를 통해 “나의 카운트파트” “북한 2인자” “김영철” 등으로 상대를 구체화하며 회담을 예고했다. 국무부는 이어 11월5일 회담 일정을 공식 발표했으나 북한의 전격적인 취소 통보로 7일 0시가 조금 넘어 회담 연기를 발표하는 고역을 치렀다. 당시 김 부위원장이 뉴욕행 비행기편을 예약하고도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던 점에 비춰 실제 비행기를 탈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이 미국 땅을 밟을 17일 직접 펜타곤을 찾아 새로운 미사일 방어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백악관이 아닌 펜타곤에서 발표하는 것 자체가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스타워즈처럼 미사일을 우주에서 감지해 격추하는 내용으로, 핵심 타깃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맞춰졌다. 손님맞이 치고는 고약한 셈이다.

이번 전략은 2010년 이후 9년 만에 개정한 것인데, 당초 지난해 공개하려다 2017년 이후 미 본토를 타격할 북한의 ICBM 위협이 커지는 와중에 북미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재검토하느라 지체됐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응할 방어체계가 부족하다며 줄곧 불만을 제기해온 미국 내 강경파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향후 수년간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기지의 요격 미사일을 44기에서 64기로 늘리는 와중에 우주가 방어전력의 우선순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ICBM을 발사 직후 속도가 붙기 이전인 초기 상승단계에서 격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반도에 증강 배치될 F-35 스텔스전투기, 고성능 레이저를 장착한 드론, 해상의 이지스 미사일 시스템 등이 요격에 동원될 수도 있다.

아울러 김 부위원장의 이번 워싱턴 방문을 주도한 측이 국무부가 아니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라는 점도 국무부가 침묵하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김영철이 최근 몇 달간 북한 문제에 보다 더 관여해온 지나 해스펠 CIA 국장을 만날 예정이다”고 전했다. 북한 통일전선부와 CIA간 스파이라인으로 이번 방문이 성사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협상 파트너로 서로 불신해왔고 11월 회담 무산으로 양측 관계가 더욱 악화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 같은 스파이라인은 깐깐한 비핵화 의제를 내세우는 공식 라인을 제치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짓겠다는 북한의 전략과도 무관치 않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실무 협상 파트너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동행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미 해군연구소 켄 가우스 박사는 WP에 “북한은 자신들이 협상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트럼프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폼페이오 장관이나 비건 대표와 만나는 것은 단지 회담 실행계획을 짜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북한 문제를 두고 정상간 담판에 적극적인 트럼프 대통령과 이를 만류하는 참모들간 구도가 지속돼왔던 점에 비춰 트럼프 정부 내부에서도 논쟁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2차 정상회담의 조건을 두고 내부 논쟁이 이는 가운데 김 부위원장 방문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북한에 제시할 제재 완화나 인센티브를 두고 강온파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정부 내 다른 기관들이 향후 진로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대북 강경파로 통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전망이 밝은 대화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 국민과 역내 우리 동맹들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해체하기 위한 북한의 구체적 조치들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 방문을 앞두고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서 정부 내 강경파의 기류를 반영한 셈이다. 달리 보면 이는 북미간에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깊은 논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깜짝 발표 효과를 노렸을 수 있으나, 미국 정부의 이례적인 침묵에는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