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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인질 외교

입력
2019.01.17 18:10
수정
2019.01.17 23: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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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을 억류해 상대국을 압박하는 것을 외교 수단으로 볼지는 의문이다. 협상보다 제도적 폭력을 동원한 협박에 가까운 탓이다. 인질 외교가 세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유행하는 인질 외교는 억류된 자국민 석방의 조건을 놓고 협상하던 이전 방식과도 다르다. 갈등하는 세계 주요국들이 서로 상대방 국민을 억류하며 자극하는 방식이다. 눈에는 눈으로 맞대응 하며 갈등을 되레 키운다. 어지러운 세계 현상 중 하나가 인질 외교가 된 것이다.

□ 인질 외교는 북한의 수단이었다. 관광 온 미국인을 자국법을 어겼다며 구금한 뒤 석방하는 과정에서 미국과의 대화 물꼬를 터왔다. 그러나 석방된 오토 웜비어가 후유증으로 사망하면서 국제사회 분노가 커지면서 그 유효성은 줄었다. 작년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 억류자 3명을 석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적 승리를 선물했다. 지금의 인질 외교는 두 달 전 미국이 중국 기업 화웨이가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캐나다를 통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을 체포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벨기에 폴란드가 미국 요청으로 중국인을 억류하고, 러시아 이란이 미국인을 구금하며 인질 외교전이 확대됐다.

□ 화가 난 중국은 캐나다인을 13명이나 억류하고, 한 명에게는 사형 선고를 내렸다. 마약밀매 혐의로 기소된 로이드 셸렌버그는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됐는데 멍 부회장 체포 뒤에 혐의가 바뀌었다. 갑자기 종범이 아닌 주범으로 바꾸더니 새 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결정한 것이다. 미중 양국의 인질 외교는 서로 한판 겨루려는 벼랑 끝 조치에 가깝다. 당장 미국은 셸렌버그 사형선고 이후 화웨이의 기술절도 혐의에 대해 공개 수사로 전환했고 의회는 화웨이 제재 법을 다듬고 있다.

□ 인질 외교는 불길한 전조일 수 있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면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후보 지지에 반대한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세계가 정글로 회귀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한다. 케이건은 작년에 낸 ‘정글이 돌아온다’에서 2차 대전 이후 세계의 정원사 미국이 빠지며 세계가 정글의 질서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정글은 질서도 규칙도 없는 혼란스런 세계를 비유한다.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인데, 당시 세계는 정글에서 승리하는 스트롱맨을 찾아 의지했고, 분쟁 해결 수단은 폭력으로 대체됐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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