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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파격적인 개각을 보고 싶다

입력
2019.01.17 19: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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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앞두고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앞두고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으로 숫자가 바뀌었지만 작년 연말부터 쌓여온 갈증이 해소되진 않았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형식을 파괴해 진솔한 얘기가 기탄없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타운홀 미팅’의 화려한 비주얼과 달리 한 방송기자의 질문 의도가 뭐냐는 비본질적인 얘기들이 난무했고 정작 내용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이었다면 면전에서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라는 질문을 꺼낼 수 있었겠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현정부를 국정농단 세력과 견줘 비교해달라는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반응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에서 청와대 개편이 앞당겨진 배경에 대해 국민을 향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청와대 공직기강 해이로부터 민간인 사찰 논란까지 연말부터 이어진 가장 뜨거운 현안에 대한 선제적인 언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권력기관에서 과거처럼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는 일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후 배경은 다르지만 참여정부 때 ‘변양균-신정아 스캔들’을 놓고 청와대 윗선에서 권력을 이용해 개인의 뒤를 봐줬다는 정황이 드러나던 시절이 생각난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깜도 안되는 의혹들이 춤추고 있다”고 말해 안이한 시국인식을 드러냈다.

공직기강을 다잡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국정쇄신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곧 정치인 장관들이 국회로 돌아가고 개각이 이어질 전망이다. 각박해질 민생경제를 대비해 외환위기를 극복한 DJ의 용병술을 적극 참고했으면 한다. 국민화합형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지금 한국사회는 대북문제나 경제사회 정책을 두고 국론분열이 심각하다. DJ는 조각(組閣)때 중앙정보부 출신 북한전문가인 강인덕씨를 통일부장관에 임명했다. 첫 비서실장엔 ‘전두환 민정당’ 출신 김중권씨를 발탁했다. 뿌리가 다른 TK 인물을 정권교체 직후 막강한 2인자에 앉힌 건 DJ의 현실적 노림수였겠지만 그만큼 여러 유형의 국민집단을 민감하게 대했다는 점만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

YS식 깜짝쇼도 필요하다. YS의 민심수습책은 항상 전광석화와 같은 파격인사였다. 개각 자체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정치이벤트로 기능했다. 이런 스타일은 민심을 돌리는데 바로 약효를 발휘한다. 사상 첫 재산공개도 그렇고 군내 사조직 척결은 물론 금융실명제 같은 메가톤급 충격도 하루 아침에 속전속결로 내놓았다. 노영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이나 강기정 정무수석 모두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이미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물군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것은 인적쇄신이고 예상된 면면의 확인은 감동이 덜하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역사문화공간 투기 논란에다 서영교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으로 여당이 난타당하고 있다. 적폐청산이 국정과제인 집권당에서 이런 일들이 터져나온다. 행동은 과거 정권과 다를 게 없으면서 입으로만 촛불정신을 운운하는 인지부조화 현상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설 연휴 전후로 거론되는 개각이야말로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3년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여의도 출신의 빈자리를 관료집단이 채울 것이란 말이 많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벌어진 ‘김앤장’(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갈등의 수습책으로 단행된 홍남기 경제부총리 카드는 국면전환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본다.

박근혜 탄핵에 동조한 자유한국당 비박·복당파까지 아우를 촛불연대나 거국내각의 기회는 이미 놓쳤다. 민주주의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 목말라하는 국민의 마음을 흔들 정치이벤트를 기대하고 싶다. 총리 교체를 포함해 개혁현안에 협치를 끌어낼 수 있는 파격적인 발탁을 상상하고 싶다.

박석원 정치부 차장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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