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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마지막 공주가 쓴 한글 자료 등 68점 美서 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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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마지막 공주가 쓴 한글 자료 등 68점 美서 환수

입력
2019.01.16 17:49
수정
2019.01.16 19: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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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 셋째 딸 덕온공주가 ‘자경전기’ 를 번역

왕실 한글 궁체의 면모 드러나

아들ㆍ손녀가 쓴 편지ㆍ서예 등 포함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덕온공주 한글 유산 언론공개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속 유물은 덕온공주가 직접 쓴 자경전기 번역본.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덕온공주 한글 유산 언론공개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속 유물은 덕온공주가 직접 쓴 자경전기 번역본. 연합뉴스

“이 뎐은 우리 녕고겨오셔 자궁을 효도로이 밧드오샤 셰우신 배오…”

최근 국내로 환수된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의 친필 자료 속 ‘자경전기’ 번역본의 한 구절이다. ‘이 전각은 우리 정조께서 혜경궁홍씨를 효도로 받들고자 세우신 바’라는 뜻이다. 1777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홍씨를 위해 창경궁 양화당 옆 작은 언덕에 지은 자경전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순조가 한문으로 1808년에 쓴 자경전기를 덕온공주(1822~1844)가 한글로 번역했다. 순조의 비 순원왕후가 셋째 딸 덕온공주가 아버지의 효심을 잇기를 바라며 번역문을 쓰게 했다고 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자경전기를 비롯해 덕온공주와 아들 윤용구, 손녀 윤백영이 작성한 책, 편지, 서예 등 68점을 얼마 전 미국에서 환수해 16일 공개했다. 가지런한 필체와 더불어 종이를 새빨간 포장지로 가지런히 포장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덕온공주의 유품이 한국으로 ‘귀향’한 사연은 이렇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016년부터 덕온공주 관련 자료 수집에 공을 들였다. 연구, 추적 끝에 공주의 후손에게 자료 여러 점이 상속된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그 후손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 살고 있었다는 것. 문화재 환수 전문 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나섰다. 학계 의견과 한글박물관이 제공한 실마리를 수년간 분석해 소장자를 특정하고 지난해 10월 소장자와 접촉을 시도했다. 다행히 그 후손이 유물을 전부 소장하고 있었다. 한 달간의 협의 끝에 지난해 11월 68점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었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소장자의 신분, 유물 매입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덕온공주가 남긴 자정전기의 모습. 문화재청 제공
덕온공주가 남긴 자정전기의 모습. 문화재청 제공

학자들은 궁실에서 사용한 ‘궁체’의 면모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덕온공주 필체를 주목하고 있다. 이종덕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은 “덕온공주가 어머니 글씨를 어려서부터 보고 배워 쓴 친필로 보인다”며 “정말 공주가 쓴 것일까 싶을 정도로 글씨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조선 왕실의 한글 문화, 정조와 순조, 선원왕후를 거쳐 덕온공주까지 이어지는 왕실의 효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의 가치도 높다.

덕온공주의 손녀 윤백영의 서예작품 ‘환소군전’도 눈 여겨 볼 유물이다. 덕온공주는 15세 때 양반가 자제 윤의선과 혼례를 올렸고, 7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부부 사이에 자녀는 없었다. 부부는 생전에 먼 친척인 윤용구를 양자로 들였는데, 그의 딸이 윤백영이다. 윤백영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한글 궁체 서예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입선할 정도로 글솜씨가 뛰어났다. 전통적 한글 궁체를 현대예술 작품으로 연결해 왕실의 한글 궁체가 현대까지 이어질 수 있게 했다는 평을 듣는다.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보낸 편지와 신정왕후(추존왕 익종 비), 명헌왕후(헌종 계비), 철인왕후(철종 비), 명성황후(고종 비) 등이 직접 쓰거나 상궁이 대신 써 덕온공주 집안에 보낸 한글편지도 환수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은 덕온공주 가문의 한글 유물을 주제로 한 기획전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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