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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영교, 국회 파견판사에 “선고 3일 남았다” 재판 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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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영교, 국회 파견판사에 “선고 3일 남았다” 재판 민원

입력
2019.01.16 18:32
수정
2019.01.18 10:5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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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당협 간부 아들 사건에 “벌금형 선처” 등 요구

재판 5개월간 챙겨… 서 “판사와 자주 대화” 청탁 부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재판 민원 의혹을 일체 부인하고 있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실은 국회 파견 판사에게 법원의 선고 기일까지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재판 과정에 개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 거래를 부인하는 해명과는 달리 최초 민원을 받은 시점부터 5개월 동안 재판 일정을 수시로 꼼꼼하게 파악해 온 정황도 드러났다.

16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와 추가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사실을 종합하면, 서 의원은 2014년 12월 모 행사장에서 자신의 지역구(서울 중랑구) 당협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A씨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A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던 서 의원에게 “아들이 서울북부지법에서 강제추행미수죄로 재판 받고 있다. 선처를 받게 좀 도와달라”고 말했고, 서 의원은 즉시 자신의 보좌관에게 “A씨 아들 사건 재판 진행 상황을 챙겨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서 의원은 이후 5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1심 재판 진행상황을 확인했고 이듬해 5월18일 보좌관으로부터 선고 일정과 함께 “피해자와 합의를 했는데도 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들었다. 다급해진 서 의원은 국회에 파견 나와 있던 김모 부장판사를 의원회관 내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그는 김 부장판사가 도착하자 “A씨 아들의 선고 기일이 5월21일로 예정돼 있다”며 “(3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A씨 아들이 벌금형의 선처를 받게 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벌금형으로 선처를 해주던지, 아니면 선고 기일이라도 연기해 달라는 취지다.

추가 기소된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법원은 서 의원의 민원을 들어주기 위해 북부지원장부터 사건 주심이었던 박모 판사를 지휘하는 재판장까지 동시에 회유하는 등 재판거래를 성공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김 부장판사가 서 의원을 만난 직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서 의원이 직접 이야기한 내용이다. 서 의원은 피고인이 벌금형을 선고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도 검찰 조사과정에서 확인됐다. 보고를 받은 임 차장은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기로 결정하고 다음 날 오전 즉시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자신은 문용선 당시 북부지원장에게 직접 전화해 “서 의원 요청이다. (A씨 아들이) 변론재개 및 기일연기 신청을 하면 이를 받아주도록 재판부에 전해달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해당 사건의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에겐 “동기에게 서 의원 민원을 전달해 재판에 반영토록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행정처의 조직적 압박으로 민원 내용은 가감 없이 전달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문 법원장은 박 판사를 집무실로 불러 임 차장과 통화 내용을 전한 뒤 “행정처에서 연락이 왔는데, 내가 이런 것은 막아줘야 하는 데 미안하다”고만 말했다. 같은 날 오후 기다렸다는 듯이 A씨 아들 측은 변론재개 요청서 및 기일연기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박 판사는 서류를 검토한 뒤 “변론을 재개할 만한 사유가 없다. 예정된 기일에 선고하겠다”고 문 법원장에게 보고했다. 법원 최고위층들의 의지와 달리, 박 판사는 적어도 재판 진행의 원칙은 버리지 않은 셈이다.

임 전 처장을 상대로 한 검찰 조사에서 구체적 진술 내용까지 파악됐지만, 서 의원은 여전히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아직도 김 부장판사를 해당 민원과 관련해 만나거나 얘기한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법사위원이 억울한 사람이 있으면 국회 파견 판사에게 관련한 내용을 물어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법원 파견판사와는 법안 자문 등 일로 자주 대화하는 사이다. 재판 중인 사건 언급하는 걸 압박이나 청탁으로 느낄 관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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