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사회서 공감사회로’ <4>시작된 상생 실험
이병훈 쉐어러스 대표는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가치의 공유는 물론 사업적 측면에서 꾸준히 성장 중"이라고 했다. 김혜영 기자

나만 아는 엄마의 빛나는 재능, 수익화할 순 없을까. 골똘한 질문은 사회적 기업이 됐다. 시니어의 경험을 오프라인 강의로 만드는 소셜 벤처 ‘쉐어러스’ 이병훈 대표의 얘기다.

“어디에서도 맛 본적 없는 진짜 맛있는 오징어채 양파무침 요리법이라든가, 남들이 버린 화분도 가져다가 살려내는 화초 가꾸기 기술이라든가. 그런 것 있잖아요. 그냥 두기 아까운 우리 부모님들의 생활의 지혜나 인생 스킬들. 이런 재능도 콘텐츠로 만들면 어떨까. 고민한 게 시작이었죠.”

지난해 3월 출범한 쉐어러스는 매달 40~50개 강의를 개설한다. 사회공헌을 위한 무료 강의도 포함된다. 쉐어하우스 운영 요령, 레트로(복고풍) 팝의 역사, 와인 아카데미, 민화 그리기, 흙수저 탈출 자산관리법 등 주제는 다양하다. 공통점은 대부분 강사가 50대 이상이라는 점이다. 남다른 강의 개설 목표 때문이다. 시니어의 경험을 젊은 세대와 공유해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겠다는 것. 이런 생각을 담아 기업명도 ‘SHARE(공유)’에‘US(우리)’를 더해 정했다.

모바일 콘텐츠 유통업에 종사하던 이 대표는 일찌감치 남 일 같지 않은 ‘중장년층의 경력단절’에 관심을 뒀다. “당장 저부터도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자주 했죠. 경쟁은 치열하고 요구사항은 가중되고. 주변을 보니 상당한 학력, 지식, 능력을 갖추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시니어가 넘쳤죠.”

물건을 나누는 공유경제를 넘어, 재능을 나누는 ‘재능마켓’이 세계적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유독 ‘시니어의 경험’에 집중한 시장은 없다는 데 주목했다. 퇴사해 사회적 기업을 준비했고 서울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 사업자에 선정돼 창업의 첫발을 뗐다.

주변의 반응은 초지일관 회의적이었다. ‘시니어의 재능’이라는 상품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압도적이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시니어가 누구냐는 점이 판단을 가른다”고 했다.

“흔히 시니어라고 하면 나를 괴롭히는 상사나 집안 어른, 사이가 안 좋은 부모님, 명절마다 이상한 말씀을 하는 집안 어른들을 떠올리잖아요. 이런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내가 절실히 궁금한 특정 주제에 대해 이미 경험했고 통과해 온 사람을 찾아 연결하겠다는 거거든요. 특히 2020년 정점을 찍는 베이비붐 세대 중엔 고학력이고, 꽤 열려 있고, 훌륭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죠.”

학생들이 쉐어하우스 운영 방법에 대한 시니어 강사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쉐어러스 제공

우려가 무색하게 런칭 후 1년간 여러 청신호가 켜졌다. 지금까지 100여 명의 시니어 강사의 수업이 열렸고, 회원 수는 5,000여 명이다. 세대공감의 효과를 묻자 이 대표는 답했다. “팝 히스토리 강연을 재미있게 들은 청년들이 그러더라고요. 아버지가 맨날 비틀스 음악만 듣는 게 너무 싫고, 왜 저런 것만 듣나 했는데 이제야 알 것 같다고. 오늘은 같이 들어봐야겠다고요. 세대공감의 출발이 대단한 데 있지 않다고 생각했죠.”

올해는 숨어 있는 ‘생활형 시니어 강사’를 보다 많이 확보해 강연으로 연계하는 게 목표다. 그간엔 사업 안정성을 위해 이미 전문 강사로 활동해 온 시니어의 강의나, 공예형 및 취미형 수업 개설에 비교적 집중했다. 그의 어머니 요리법이나 화초 가꾸기 기술 등은 아직 강의로 공개되지 않았단 얘기다. 이를 위해 ‘부모님의 꿈을 찾아드립니다’ 프로모션도 준비 중이다. ‘엄마는(아빠는) 꿈이 뭐야?’라는 단순한 질문을 통해 숨겨진 시니어의 재능, 지혜, 기술에 가치를 부여하자는 취지다.

“세대공감이 ‘자 이제 시작!’ 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겠죠. 다만 더 많은 젊은 세대가 부모님의 꿈, 재능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에서부터 작은 노력은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https://youtu.be/i9LE0YtdTBg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