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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회장 제안ㆍ문 대통령 화답에 ‘와이셔츠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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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회장 제안ㆍ문 대통령 화답에 ‘와이셔츠 토론’

입력
2019.01.15 18:48
수정
2019.01.15 23:4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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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서 기업인과 대화]

보온병 커피 들고 산책… 미세먼지 주제 대화도

文 “반도체 경기 안 좋죠” 이재용 “이제 진짜 실력”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뒤 참석자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중견기업연합회장인 강호갑 신영 회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뒤 참석자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중견기업연합회장인 강호갑 신영 회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류효진 기자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는 문재인 대통령과 참석한 기업인들 모두가 와이셔츠 차림으로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시작 시간 30분 전인 오후1시30분쯤 영빈관 2층 행사장 입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웃으며 악수한 뒤 명함을 주고받았다. 노 실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광모 LG회장 등과도 인사를 나눴다. 행사 시작 전에는 미국의 기업가인 피이너스 테일러 바넘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위대한 쇼맨’을 비롯해 ‘보헤미안 랩소디’ 등의 영화음악이 흘러나왔다.

대화 토론이 예정된 시간인 오후 2시가 되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입장한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이어 이날 토론의 사회를 맡은 박 회장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양복 상의를 벗고 진행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자 문 대통령이 “좋습니다”고 화답하면서 와이셔츠 차림의 토론이 성사됐다.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현수막이 걸린 단상에 앉은 문 대통령을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여성 기업인인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사장이, 왼쪽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자리를 잡았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대통령 바로 뒷줄에 착석했다.

청와대는 기업인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예고했지만 초반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자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다소 무거워진 듯한 분위기인데 그러시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론은 박 회장이 발언 기회를 준 기업인이 2분 이내로 질문하면 정부 관계자가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당초 1시간40분가량으로 예상된 토론은 기업인 17명의 질의와 이에 대한 문 대통령 및 정부 측의 답변이 이어지면서 2시간이 지난 오후 4시에 끝났다.

문 대통령은 토론을 마친 후 박용만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부회장,구광모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중견기업연합회장인 강호갑 신영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 9명의 기업인과 함께 영빈관에서 본관과 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25분가량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들은 커피가 담긴 보온병을 들고서 산책을 했으며, 이날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을 기록한 가운데 산책이 이뤄져 총수들 사이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대화도 오갔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삼성과 LG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답니다”라고 운을 떼자, 이 부회장은 구 회장에게 “미세먼지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구 회장은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다”고 답했다. 산책 도중에 서 회장이 문 대통령에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냐”고 묻자, 문 대통령이 “그냥 포기한 거죠”라고 답해 다 함께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지난번 인도의 삼성 공장에 와주셨지만, 우리 공장이나 연구소에 (다시) 한번 와주십시오”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죠”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떤가”라고 물었고,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답했다. 곁에 있던 최 회장이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다”고 받아 치자, 또 한번 웃음꽃을 피웠다.

이날 행사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기업에 대한 관심을 확실히 보여주는 장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수박 겉핥기 식 문답이 오갈 수밖에 없는 한계도 지적됐다. 한 지역상의 회장은 “최저임금 문제와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에 대해 날카롭게 정부에 따지고 싶었는데, 다들 잘해보자는 취지로 덕담을 하는 분위기라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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