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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명 바꾸고 형량 낮춰달라…보좌관 석방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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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명 바꾸고 형량 낮춰달라…보좌관 석방해 달라”

입력
2019.01.15 18:55
수정
2019.01.1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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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사법부의 국회의원 민원 해결 백태 

지난 26일 재판거래 의혹으로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지난 26일 재판거래 의혹으로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양승태 사법부’가 국회의원의 민원 창구 역할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다. “죄명을 바꾸고 형량을 낮춰달라”는 민원은 물론 “보좌관을 빨리 석방해 달라”는 재판 민원까지 전달받아 실제 재판 결과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법원이 국회의원 개인 및 지인의 소송을 고리로 전방위 입법로비를 펼친 정황이다.

검찰이 밝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추가 기소 혐의에 따르면, 민원 접수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우선 임 전 차장은 2015년 5월 야당 소속이던 서영교 의원에게 특정 형사재판의 죄명을 바꿔 벌금형으로 선처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재판부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선 당시 연락사무소장 등을 지낸 서 의원 지인의 아들이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기소되자 죄명을 공연음란으로 바꾸고 형량을 낮춰달라는 부탁이었다. 임 전 차장은 직접 법원장을 통해 담당 판사에게 선처를 요구하는 한편,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을 통해서도 청탁 내용을 전달했다. 죄명이 변경되지는 않았지만 피고인은 벌금 500만원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형량을 받았다.

임 전 차장은 또 같은 해 4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 선고를 받은 전병헌 의원의 손아래동서인 보좌관 임모씨의 조기 석방 등을 청탁 받고 관련 내용을 검토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는 2010년 6ㆍ2지방선거에서 동작구청장 후보자 선출과 관련해 후보자 측으로부터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1, 2심 재판부는 임씨에게 징역 1년과 2억1,000만원 추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2015년 4월 2억1,000만원 중 7,000만원을 무죄로 보고 파기 환송했다. 이에 임 전 차장은 행정처 심의관에게 예상 양형 관련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문건은 법정구속된 임씨의 형량을 얼마나 줄여야 추가 구속이 필요 없는지 검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씨의 미결구금 일수(재판 확정 전까지 구금된 날짜 수)를 따져 보석 석방할 경우 잔여 형기를 감옥에서 살지 않으려면 8개월로 형량이 줄어야 한다는 분석도 담겼다. 실제로 재판부는 임씨에 대해 보석 결정을 했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임 전 차장은 2016년 8~9월 여당 소속인 이군현, 노철래 당시 의원과 관련된 정치자금법위반 사건의 양형검토 문건을 만들어 비슷한 유형의 양형 검토문건을 만들어 법률자문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노 전 의원에 대해서는 재판을 맡은 성남지원장에게 민원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임 전 처장이 상고법원 설치안 입법 등 현안 해결에 도움을 받으려고 국회의원들 민원을 적극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행정처 문건에는 법사위원이던 노철래ㆍ서영교 의원에 대한 설득의 필요성이 드러나 있고, 전병헌 의원은 ‘야당 거점의원’으로 꼽혔다.

한편 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한 서기호 의원에 대해서는 그의 법관 재임용 탈락 취소소송을 신속하게 패소시키기 위한 온갖 방안을 검토하며 그를 압박하고자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 전 차장은 직접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통해 담당 재판장에게 소송의 신속한 패소 종결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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