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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원전 해법, 출구전략 마련 방안” vs “원전 해체 신산업 전환에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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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원전 해법, 출구전략 마련 방안” vs “원전 해체 신산업 전환에 독”

입력
2019.01.16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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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재개 놓고 전문가 엇갈린 진단] 

 “60년간 단계적 탈원전 정책 뒷받침 위해 생태계 유지 필요” 

 “美 40년간 신규 없이 운영… 설계ㆍ유지 다 하는 것 소모적””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여당 중진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후 원자력 발전소를 정지시키는 대신 신한울 3ㆍ4호기를 스왑해 건설하면 원전의 안전성을 강화하면서 원전 산업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송 의원의 ‘해법’에 대해 원전 전문가들은 “급한 대로 원전 산업계에 출구 전략을 마련할 시간을 주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쪽과 “원전 해체 시장 등 신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오히려 독이 되는 방안”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

경북 울진군에 각각 2022년과 2023년에 들어설 계획이던 신한울 3ㆍ4호기는 2017년 발전사업 허가를 얻었으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석탄화력발전을 퇴출하고, 노후 원전을 운영정지 시키는 대신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을 재개하면 △원전 안전성 강화 △원전 생태계 유지 △원전 수출 산업 능력 보전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송 의원의 주장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송 의원의 주장은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미세먼지 감축과 전력 공급 안정성을 강화, 원전 산업계가 출구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도 “안전성이 더욱 강화된 신규 원전으로 노후 원전을 대체하는 건 탈원전 정책의 목표인 원전의 위험성 감축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경북 울진에 가동 중인 한울 1, 2호기. 2027년, 2028년 설계수명이 끝난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에 가동 중인 한울 1, 2호기. 2027년, 2028년 설계수명이 끝난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이 에너지전환 과정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송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범진 교수는 공감했다. 그는 “60년 동안 원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위해서라도 신규 원전 건설을 통한 원전 산업 생태계 유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기기 납품이 2020년 끝나는 신고리 5ㆍ6호기 이후 일감이 사라지면 원전 부품 공급망이 무너져 기존 원전 운영도 문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재준 부산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원전 건설비용이 미국의 절반에 그칠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건 우리나라가 부품 공급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원전 수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송 의원식 방안을 적극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 비용이 8조2,000억원인 신한울 3ㆍ4호기가 설계수명(60년) 동안 생산하는 전기량은 정부가 2030년까지 70조원 가량을 들여 짓기로 한 태양광 시설(33GWㆍ설계수명 20년)의 발전총량보다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원전을 새로 지어야만 산업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논리는 미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 계획 100여기를 취소했고, 현재까지 1기도 새로 짓지 않았다”면서 “송 의원 주장대로라면 미국 원전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됐어야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국에선 100기 이상의 원전이 큰 무리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 산업은 위험성 때문에 수십 년간 안전성이 확인된 부품만 쓰는 보수적인 업계”라며 “원전이 사양 산업인데다 부품 수요가 많은 것도 아닌데 굳이 우리나라가 원전 설계부터 건설, 운영, 유지보수 등 모든 분야에서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건 오히려 소모적”이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의 방안이 오히려 국내 원전 산업 경쟁력 강화에 독이 될 거란 주장도 있다. 급증하는 원전 해체 시장 등 원전 관련 신산업으로의 전환이 차일피일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한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1월 세계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2040년까지 전세계에서 원전은 100GW(기가와트), 석탄화력은 160GW, 재생에너지는 3,200GW의 발전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석광훈 녹색연합 연구위원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지는 별은 석탄화력과 원자력”이라며 “원전과 석탄화력 둘을 선택 대상인 것처럼 말하면서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원전을 추가로 짓자는 건 시대에 뒤처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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