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옷과 가방을 두르고 있는 이란의 아그하자데들. ‘테헤란의 부유한 자녀들’ 인스타그램 캡처

가뜩이나 험악한 일촉즉발의 분위기에 금수저들이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이란 제재 시행 이후 어려워진 경제상황에도 아랑곳없이 부유층 자녀들이 초호화 생활을 즐기면서 이란인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부를 대물림 받은 소위 재벌 2세들이 불경기를 비웃듯 보란 듯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급 승용차나 명품가방을 자랑하며 낭비벽을 뽐내는 동안 상대적 박탈감이 서민들 사이로 급속히 번지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최근 이란 내에 빈부격차와 족벌주의에 대한 비판여론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아그하자데’로 불리는 특권층 자녀들은 손쉽게 해외 호화 여행지를 활보하고 화려한 파티를 즐기면서 부모 덕분에 돈 잘 버는 직업을 갖게 된 자신의 일상을 경쟁적으로 SNS에 올리고 있다. 이에 격분한 이란인들은 지난해 “정치인 자녀들이 암암리에 누리고 있는 특권을 공개하라”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그하자데들의 과시적인 SNS 활동은 이미 도를 넘었다. 재벌 2세들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 ‘테헤란의 부유한 자녀들’이 단적인 예다. 사치스러운 생활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앞다퉈 게시하고 있는데, 그 중 한 영상은 지난해 미국의 경제제재를 우려하는 반정부 시위가 한창인 시점에 올린 것으로 파악돼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워싱턴 전쟁평화보고연구소 레제 아크바리 연구원은 “특권층의 호화로운 생활이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의 해묵은 족벌주의에 대한 비판 여론은 온라인 공간은 물론, 현실 정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혁성향의 정치인으로 호감을 얻던 모하메드 레자 아레프는 2017년 자신의 아들이 “내 성공은 좋은 유전자 덕분”이라고 철딱서니 없이 지껄인 말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이후 트위터에서 그와 관련한 글에는 ‘#좋은 유전자’라고 조롱 섞인 해시태그가 줄곧 붙으면서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사위 캄비즈 메히디자데가 이란 지질조사국장에 취임했다가, 시민들의 비난에 버티지 못하고 이틀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며 끝내 고개를 숙였다. 예전 같으면 이란에서 좀체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이처럼 일부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대물림 문제가 단시간에 풀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WP는 “학교, 기업 등 사회 각 분야에 특권층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분석했다. 아그하자데들은 단순히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것뿐 아니라, 부모의 권력을 등에 업고 사회 곳곳에서 각종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방송작가는 “이란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도 (특권층과)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항상 거래의 일부”라면서 “자연히 아그하자데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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