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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선거 중] 군부세력 재집권 성공할까, 탁신계 야당 부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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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선거 중] 군부세력 재집권 성공할까, 탁신계 야당 부활할까

입력
2019.01.17 17:00
수정
2019.01.17 19:4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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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이후 5년 만에 치러지는 태국 총선

태국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7일 태국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2월24일 예정된 선거 연기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태국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7일 태국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2월24일 예정된 선거 연기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예정대로 선거를 치르게 해달라.”

연초부터 태국 수도 방콕에는 2월24일로 예정된 총선 날짜를 수호하려는 시위대의 외침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태국 군부 정권은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뒤늦게 태국 왕실의 새 국왕 대관식(5월 4~6일) 준비와 겹친다는 이유로 총선 연기론이 제기되자,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태국 정부는 총선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총선이 2월24일 실시되면, 그 결과가 4월24일까지 발표되고 5월9일까지 소집된 국회에서 차기 총리가 선출되는 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왕 대관식과 주요 일정이 맞물린다는 논리다. 최근에는 비공식적으로 나돌던 총선 연기설이 수면위로 부상한 상태다. 쁘라윳 짠-오차(65) 총리가 지난 16일 ‘연기 입장’을 밝히자 여권도 반색하고 나섰다. 현지서는 3월10일 혹은 3월24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군사 쿠데타 5년 만에 드디어 내 손으로 정부를 뽑을 수 있다는 기대로 가득 찼던 태국 국민은 선거 자체가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태국-차기-총리-선호도
[저작권 한국일보]태국-차기-총리-선호도

◇’군부’ 이미지 세탁하며, 선거운동 나선 1인자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1932년 이후 태국은 19차례의 쿠데타가 있을 정도로 정치 상황이 늘 요동쳤다. 쁘라윳 총리 역시 5년 전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 전 총리를 축출한 뒤 쿠데타를 선언해 집권했다. 때문에 이번 선거는 ‘군정에서 민정으로 이동하는 선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재선 도전에 나선 쁘라윳 총리는 철저하게 ‘군부 지우기’로 전략을 짜고 있다. 쁘라윳 총리는 일단 총선에 출마하면서도 특정 정당에 가입하지 않겠다며 무소속을 선언했다. 쿠데타 세력이 재집권을 노린다는 세간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다. 대신 그는 ‘민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전국을 돌며 경제 성장 업적을 홍보하고 나섰는데 최근 들어선 포퓰리즘 정책도 남발하고 있다. 새해 들어 저소득층에게 일률적으로 500바트(약 1만원)를 지급하고, 전기세 등 각종 세금을 깎아주는 식이다.

쁘라윳 총리는 이 같은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정치적 정당성을 회복한 뒤 ‘친위대’ 정당의 추대를 받아 총리직을 연임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부, 총리실 등 내각 핵심 실세인 4명의 현직 장관이 참여한 팔랑쁘라차랏당(Palang Pracharat Party•PPRP)이란 신생정당이 군부와 쁘라윳 총리 지지선언을 한 상태이다. 요컨대 군부와 재계 등 기득권 세력이 쁘라윳 총리의 지지세력인 셈이다.

◇탁신파 부활할까, 탁신 패밀리들 전면에

당장은 쁘라윳 총리가 우세해 보이나, 야권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다. 당장 5년 전 군부 쿠데타에 의해 쫓겨난 탁신계 푸어타이당(Pheu Thai Party)이 복수혈전을 다짐하고 있다. 저소득층과 농민 계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탁신계 푸어타이당은 2000년대 이후 치러진 총선을 모두 휩쓸 만큼 태국의 민심을 장악했다. 그러나 2006년과 2014년 두 차례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푸어타이당의 전략은 ‘어게인(again) 탁신’이다. 탁신 전 총리와 친동생인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쿠데타 이후 해외 도피 신세로 전락했지만, 나머지 탁신 패밀리들이 모여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탁신 정권에서 보건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탁신이 후계자로 지목한 쿤잉 수다랏(57) 총재와 잉락 전 총리 정권에서 부총리를 지낸 찰럼 유밤렁(71) 등이 간판 선수로 나섰다. 여기에 탁신 전 총리의 아들인 판통태(38)까지 최근 가세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최근엔 해외 도피 중인 남매도 활동에 시동을 건 분위기다. 탁신 전 총리가 중국 남부 광둥성 산터우에서 언론에 목격된 뒤 잉락 전 총리가 산터우 국제 컨테이너터미널(SICT)의 대표로 임명된 사실이 알려졌고, 탁신 총리는 자신의 팟캐스트 ‘굿 먼데이’(Good Monday) 활동도 시작했다. 태국인들에게 빠르게 변화는 세계의 모습을 들려주고, 대처법을 알려준다는 취지지만 그가 ‘원격 선거운동’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요동치는 민심… 갈 길 먼 태국 민주주의

문제는 태국의 총리 선출 과정이 여전히 군부에 유리하다는 데 있다. 군부정권은 최근 헌법을 개정했는데, 총선 후 5년 간의 민정 이양기에 민주적 선거로 뽑히는 하원 의원(500명)과 달리, 상원 의원(250명)은 군부정권 입김대로 채워 넣을 수 있게 했다. 총리는 상원과 하원 의원이 모두 참여하는 합동 의회에서 다수결로 선출된다. 결국 탁신계 푸어타이당이 차기 총리를 배출하기 위해선 최소 375석 이상의 하원 의석을 자체적으로 또는 연정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반면 이미 250석의 상원을 장악한 쁘라윳 총리는 125석 이상만 확보하면 총리가 될 수 있어 훨씬 여유가 있다.

객관적 조건만 놓고 보면 쁘라윳 총리의 재선을 점치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권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론조사만 보더라도 쁘라윳 현 총리와 푸어타이당의 수다랏 총재 공히 각각 25%대의 지지율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흐름이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건국 이래 최초로 정권이 교체되는 등 동남아 일대에서 거세지는 야풍(野風)도 군부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군부 정권이 총선 일정을 미루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선거를 치르지 않기 위한 꼼수라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태국 군부 실세는 2월 총선 실시에 대한 시위대 요구를 혼란을 선동하는 행위로 일축하고 있다. 군부는 총선 날짜를 발표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적으로 확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논리로 2월 총선 실시를 무력화 시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 총선 연기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분노도 거세지고 있어 정국 혼란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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