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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졸업식 대세… “이제 진로상담은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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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졸업식 대세… “이제 진로상담은 어쩌죠”

입력
2019.01.14 19:00
수정
2019.01.14 21:4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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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학사운영 재량 커지면서

서울 작년 9곳서 232곳으로 폭증

10일 서울 서초구 우솔초등학교에서 열린 6회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서초구 우솔초등학교에서 열린 6회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3학년 제자들을 졸업시킨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김혜은(34ㆍ가명)씨는 지난해보다 많은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을 떠나보냈다. 김씨의 학교는 올해 처음으로 1월에 졸업식을 했는데, 대입 정시전형이 한창 진행중인 기간이라 합격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채 학교를 떠나야 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과 나오면 꼭 연락드릴게요’ 라며 울먹이는 제자들 앞에서 김씨도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김씨는 “처음엔 방학이 길어지니 1월 졸업을 반겼지만 막막해하는 아이들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며 “대입이 마무리 될 때까지는 학교에 있어야 재수 등 진로상담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식=2월’ 공식이 깨지고 있다. 각급 학교의 학사운영 재량이 커지면서 1월에 졸업식을 하는 초중고교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2월에 애매한 봄방학을 하는 대신 1월까지 모든 학사일정을 마치고 1~2월 내내 방학을 하는 식이다. 여유롭게 새 학기를 준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교원ㆍ학부모 다수가 지지를 하지만, 학생들의 공백기 진로ㆍ안전관리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1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1월에 졸업식을 하는 서울시내 초등학교는 11곳, 중학교는 147곳, 고등학교는 74곳이다. 지난해에 초ㆍ중학교 각각 1곳, 고교 7곳만 1월 졸업식을 했던 것에 비해 큰 폭의 증가다. 다른 지역에서도 1월 졸업식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2,372개 초중고교 중 1,942곳(82%)이 1월 졸업식을 했거나, 할 예정이다. 충북ㆍ광주ㆍ인천 등에서도 1월 졸업식을 하는 학교가 절반이 넘는다.

[저작권 한국일보]서울 초중고 1월 졸업식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서울 초중고 1월 졸업식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학교에선 충분한 여유를 갖고 시설공사를 하거나 학사업무를 끝낼 수 있다며 대체로 1월 졸업식을 환영한다. 인천의 한 초등교사 이민규(44ㆍ가명)씨는 “2월에 졸업을 하면 3월까지 남은 1~2주 동안 학교생활기록부를 마감하느라 새 학기 교육계획에 집중하지 못했는데 1월 졸업 덕에 충분한 시간이 생겼다” 고 변화를 긍정적으로 봤다. 학부모들 역시 진학 준비에 여유가 생긴 점에서 이를 반기고 있다. 예비 고1 학부모 서주연(50)씨는 “방학이 길어 입학 전까지 아이가 약한 수학을 더 보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학ㆍ취업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학생을 위해 2월 졸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졸업생 김정하(19)씨는 “올해 현장실습처가 줄어들어서 나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이 취업을 하지 못한 채 졸업했다”며 “그 동안은 방학에도 학교에서 추천한 채용공고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졸업 뒤엔 오직 스스로 직장을 찾아야 한다”며 답답해했다.

공백기 안전관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예비 중1 학부모 한세희(43)씨는 “중학교 입학 전 학교폭력 등 사고가 나면 졸업한 학교 담임선생님께 연락해야 하는 건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상 학사 일정이 이듬해 2월 28일까지라 졸업식 후에도 원 소속 학교에 책임이 있다는 게 교육부의 해석이다. 서울 한 중학교 교무부장 A(53)씨는 “졸업생 관리는 (원 소속 학교) 담임선생님의 재량으로 알고 있었다”며 “바뀐 일정에 맞춘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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