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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화가 도레의 ‘신곡’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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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화가 도레의 ‘신곡’을 만나다

입력
2019.01.14 16:53
수정
2019.01.14 20:4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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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35점을 신곡 문장과 배치

한길사, 25만원 500부 한정판

'귀스타브 도레가 그린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을 내놓은 박상진(왼쪽) 부산외국어대 교수와 김언호 한길사 대표. 단테가 아닌 도레의 눈에 비친 신곡을 보여주고 싶었다 했다. 한길사 제공
'귀스타브 도레가 그린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을 내놓은 박상진(왼쪽) 부산외국어대 교수와 김언호 한길사 대표. 단테가 아닌 도레의 눈에 비친 신곡을 보여주고 싶었다 했다. 한길사 제공

“그림이 좋은 걸로 몇 권 더 할 겁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시 ‘갈까마귀’에 맞춰 그린 그림을 보면 기가 막힌 작품이 많아요.”(김언호 대표)

“맞아요. 귀스타브 도레가 문학 작품에 관심이 아주 많았고, 그중에 특히 포의 시를 참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림도 아주 멋진 게 많죠.”(박상진 교수)

14일 서울 순화동 한길사의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 자리한 김언호 한길사 대표와 박상진 부산외국어대 교수는 호흡이 척척 맞았다. 두 사람은 19세기 목판화가 귀스타브 도레(1832~1883)의 그림을 되살려낸 책 ‘귀스타브 도레가 그린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을 내놨다. 단테의 신곡을 그린 도레의 그림 135점을 오른쪽 페이지에 펼쳐놓고, 가장 잘 어울리는 신곡의 문구를 왼쪽에다 배치하는 방식으로 꾸몄다. ‘단테의 신곡’ 못지않은 ‘도레의 신곡’도 감상해보라는 얘기다.

도레 목판화의 세밀함 그 자체를 되살리려다 보니 가로ㆍ세로가 30ㆍ37㎝로, 실로 꿰매는 사철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 책의 최대 크기가 됐다. 가격은 무려 25만원, 딱 500부 한정판이다. 김 대표는 “디지털 시대에 맞서기 위해서는 책의 시각적 느낌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도레의 그림은 투시원근법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어 그림 구석구석의 세밀한 묘사들이 다 살아있다”면서 “책이 커지면서 사람을 그림 가까이 끌어당겨 들여다보게 만드는 도레 그림의 매력이 더 잘 살아났다”고 말했다.

해설과 번역을 맡은 박 교수가 고민한 것은 요즘 말로 ‘싱크로율’이었다. 이 책에서 단테의 문장은 도레의 그림을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그렇기에 그림과 딱 맞아떨어지되 너무 설명적이지 않은, 압축적인 시적 문장이어야 했다. 박 교수는 앞서 2007년 민음사를 통해 신곡 완역본을 선보인 적이 있다. 그는 “완역본은 가독성을 살리기 위해 문장을 제법 만진 편이라 이번 책은 그렇지 않아서 그림에 어울리는 문장을 따로 골라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새롭게 번역했다”고 말했다.

이런 책이 시장성이 있을까. “의외의 장서가들이 있다”는 게 한길사의 대답이다. 김 대표는 “먼저 낸 ‘도레의 판화성서’의 경우 500부 정도 나갔는데, 이 책도 그 정도 반응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그 정도 수요만 있어도 ‘돈키호테’ 등 그림이 좋은 도레의 작품을 계속 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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