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클린리더스] 한국야쿠르트 방판 네트워크… 독거 노인의 든든한 안전 지킴이

알림

[클린리더스] 한국야쿠르트 방판 네트워크… 독거 노인의 든든한 안전 지킴이

입력
2019.01.20 18:00
21면
0 0

서울 용산구에서 활동하는 야쿠르트 아줌마 강미숙씨는 몇 년 전 기억을 잊지 못한다. 여느 때처럼 야쿠르트를 전달하려고 문을 두드렸는데 집 안에선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기다렸다는 듯 어르신이 반갑게 문을 열어줬을 텐데’ 뭔가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몇 번 더 문을 두드려보다 이웃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렵사리 문을 열고 들어간 강씨는 어르신이 홀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홀몸노인의 건강과 고독사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가 됐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7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1인 가구는 133만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 중 33.4%를 차지하고 있다. 2045년에는 고령자 1인 가구 수가 지금의 3배에 가까운 372만가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야쿠르트는 1994년부터 홀몸노인 돌봄사업을 펼쳐왔다. 서울 광진구에서 홀몸노인 1,104명을 돌보면서 시작한 사업은 현재 수혜 대상이 3만명까지 늘었다. 올 한해 홀몸노인 돌봄 활동에 들어가는 예산만 3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한국야쿠르트의 홀몸노인 돌봄 활동은 전국 1만3,000명의 야쿠르트 아줌마 네트워크가 있기에 가능하다. 강씨처럼 매일 야쿠르트 제품을 전달하며 홀로 지내는 노인의 건강과 안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 강씨는 지금도 제품을 전하러 매일매일 70여명의 홀몸노인을 찾고 있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홀몸노인의 건강이나 생활에 이상을 발견하는 즉시 인근 주민센터와 119 긴급신고 등을 통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조치한다. 문 옆에 놓아둔 제품이 며칠 째 계속 방치되는 걸 본 야쿠르트 아줌마가 119에 신고해 고독사를 발견한 경우도 많다. 서울 한남동 일대에서 활동하는 야쿠르트 아줌마 전세옥씨는 한 홀몸노인을 3번이나 구했다. 2008년 12월 홀로 사는 할머니가 다리가 부러진 채 집안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119 구급대를 불러 구조했고, 이후 2009년 6월과 2010년 2월에는 호흡곤란 상태에 빠진 할머니를 119에 신고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대원은 “호흡곤란이 심각했기 때문에 신고가 조금만 늦게 접수됐어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서울 용산구에서 야쿠르트 아줌마 강미숙씨가 제품을 전달한 뒤 홀몸노인과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지난해 3월 서울 용산구에서 야쿠르트 아줌마 강미숙씨가 제품을 전달한 뒤 홀몸노인과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지난 2017년 1월 한국야쿠르트 천안 공장을 견학한 고령자들에게 직원들이 사내 식당에서 떡국을 대접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지난 2017년 1월 한국야쿠르트 천안 공장을 견학한 고령자들에게 직원들이 사내 식당에서 떡국을 대접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야쿠르트 아줌마처럼 홀몸노인과 매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한정된 사회복지사나 자원봉사자 인력만으론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이 홀몸노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할 지역 야쿠르트 아줌마보다 세세히 알기도 어렵다. 그래서 야쿠르트 아줌마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한 지자체의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장은 “매일 홀몸노인을 방문하고 살펴주는 야쿠르트 아줌마는 고독사 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2017년 홀몸노인 돌봄사업을 비롯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 거주시설인 ‘나눔의 집’과 저소득층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30억원의 출연금으로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사랑의 손길펴기회’는 홀몸노인 돌봄사업보다 앞서 결성된 한국야쿠르트의 사내 봉사단이다. 급여 1%를 매달 기부해 운영하며, 전국 17개 위원회별로 다달이 지역사회의 소외계층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친다. 2005년부터는 매년 설마다 홀몸노인 가정이나 복지관 등을 찾아 떡국을 제공한다. 추석에는 송편과 한과를 가져가 나눠 먹으며 명절의 외로움을 함께 달랜다. 최근에는 복지관이나 지역단체와 함께 생필품 지급, 노후주택 개선, 영화관람 지원 등을 통해 소외계층의 생활환경과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또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부문화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2014년에는 중구 서울시민청에 ‘기부하는 건강계단’을 설치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이용자당 기부금 10원씩 한국야쿠르트가 시에 적립한다. 발을 내디딜 때 다채로운 가야금 소리가 나고 조명에 빛이 들어오며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용자가 급증하자 한국야쿠르트는 이듬해인 2015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역에 2호 건강계단을 설치했다. 이후 여러 기관과 기업이 후원에 나서 현재 서울 16개 지역에서 기부하는 건강계단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2014년 중구 서울시민청에 설치한 ‘기부하는 건강계단’. 시민들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기부금 10원이 적립된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2014년 중구 서울시민청에 설치한 ‘기부하는 건강계단’. 시민들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기부금 10원이 적립된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한국야쿠르트는 계단뿐 아니라 휴대폰 응용프로그램(앱) ‘워크온’으로 건강을 위한 걷기를 장려하고 있다. ‘건강약속 3.3.3’이라는 이름의 이 활동은 참여자의 걸음 수가 워크온에 적립되고 그만큼 한국야쿠르트가 기부금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건강약속 3.3.3 첫 해인 2013년에만 5,812명의 시민이 참여했고, 이들은 걷기 운동만으로 총 9,580㎏을 감량했다. 기부하는 건강계단과 워크온을 통해 마련된 기부금은 홀몸노인을 위해 쓰인다.

한국야쿠르트는 또 자사 제품인 ‘콜드브루 by 바빈스키’ 용기를 본뜬 쓰레기통을 제작해 지난해 12월 양재역을 비롯한 서울 서초구 일대에 20개를 설치했다.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도시 미관에 보탬이 될 뿐 아니라 소비자가 일회용 커피용기나 페트병 등을 재활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방문판매 네트워크를 이용한 맞춤형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함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특색 있는 사업으로 우리 사회에 건강한 나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