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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 콘서트 암표 무려 10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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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 콘서트 암표 무려 1090만원?

입력
2019.01.14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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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만원 웃돈 얹은 거래 성행 

 무통장 입금 제외ㆍ신분 확인 등 

 기획사 암표 단속에도 속수무책 

 

아이돌그룹 워너원 마지막 공연 티켓이 수 백 만원 이상을 호가하며 거래사이트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
아이돌그룹 워너원 마지막 공연 티켓이 수 백 만원 이상을 호가하며 거래사이트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

‘스탠딩 A1(구역) 1,090만원’. 인터넷 공연 티켓 거래사이트 A에 최근 올라온 인기 아이돌그룹 워너원의 공연(27일) 티켓 1장 가격이다. 무대 주변 스탠딩 구역 티켓 정가는 11만 9,000원. 90배나 높은 가격에 암표가 나왔다. 이 사이트엔 워너원 공연 스탠딩 구역 티켓 51장이 매물로 풀렸고, 최저 가격은 147만1,500원이었다. 218만원에 나온 스탠딩 B3 구역 티켓 1장은 이미 거래가 이뤄진 듯 ‘판매 완료’로 분류돼 있었다.

워너원은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을 열고 해산한다. 2017년 Mnet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 101’로 데뷔한 뒤 정해졌던 1년 6개월의 그룹 활동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워너원 멤버 11명을 마지막으로 한자리에서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간절함을 볼모 삼아 암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워너원을 좋아하는 초등학생 딸을 둔 학부모 유민구(43)씨는 “아이가 하도 졸라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 올라온 20만원짜리 표라도 한 번 구해볼까 하는 마음에 연락해봤더니 더 비싼 가격에 표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식으로 푯값을 계속 올려 화가 나 구매를 포기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워너원의 4일치 공연 티켓 8만장은 지난달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됐다.

아이돌그룹 워너원은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을 열고 해산한다. 카카오M 제공
아이돌그룹 워너원은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을 열고 해산한다. 카카오M 제공

공연 시장이 암표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매크로’(자동명령 프로그램)를 이용한 불법 예매가 활개를 치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유명 공연의 표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다. 불법 예매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암표 거래를 처벌하는 법적 규제조차 없다 보니 암표 거래가 갈수록 대범해지고 있다. 워너원을 비롯해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 아이돌그룹의 활약으로 공연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마땅히 없어 암표 문제가 날로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의 암표 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경범죄처벌법과 공연법 등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암표 문제에 대한 지적은 수 년째 나오고 있는데도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5월에서야 한국법제연구원에 암표 거래 근절을 위한 연구 용역을 맡겨 ‘늑장 대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적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으니 공연기획사들은 자구책을 마련해 암표 근절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수 성시경은 지난 8일 전국 순회 공연 ‘노래’ 티켓 예매 당일 무통장 입금을 결제 수단에서 제외했다. 무통장 입금이 카드 결제보다 티켓 예매 절차가 덜 까다로워 암표 거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수 싸이도 지난 여름 공연 ‘흠뻑쇼’ 티켓 예매를 카드 결제로만 가능토록 했다.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인 카카오M은 지난 10월부터 이달 5일까지 서울, 부산, 제주 등에서 연 공연에서 무대 앞 좌석(1열부터 7열) 티켓 구매자의 신분을 주민등록증 검사 등을 통해 일일이 확인했다. 앞 좌석이 암표상의 표적이 되다 보니 이를 막으려는 조처였다.

영국 팝스타인 에드 시런이 4월21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여는 내한 공연 입장은 더 까다롭다. 관람 구역에 상관없이 모든 관객이 신분증을 보여주고 티켓 예매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다. 시런의 내한공연 주최사인 프라이빗커브는 “첫 시도라 벌써부터 관객 입장 문의가 많고 공연장 입장에 다소 불편함이 예상되지만 암표 문제가 워낙 심각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티켓 본인 예매 확인 절차가 까다로워지니 주민등록증을 받지 못한 미성년 관객들은 공연을 못 볼까 마음 졸이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공연장에서의 티켓 예매자 본인 확인 강화를 넘어 온라인 암표 처벌 관련 법이 하루빨리 정비돼야 암표 근절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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