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 동물 안락사 논란] 250여마리 안락사 은폐 의혹 박소연 ‘케어’ 대표
박소연 케어 대표가 케어에서 입양 보낸 문재인 대통령 반려견 '토리'를 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년간 보호 중이던 동물 250여마리를 임의로 안락사 시키고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소연(48) 케어 대표는 국내 동물보호 활동을 이끈 대표적 인물이다.

박 대표의 거취 등을 논의하기 위해 케어 이사회가 열린 13일 오후 늦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내 거취는 중요하지 않지만 케어의 활동이 부정, 조작되는 걸 막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동물을 안락사 시켰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제기된 의혹이 사실과 다르고 왜곡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2013년에 이어 또다시 법의 심판대 앞에 설 위기에 놓였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박 대표는 2002년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를 만들고 동물구조에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단체를 성장시켰다. 2015년 동물사랑실천협회라는 명칭을 케어로 변경했다. 2017년 기준 활동가 40여명, 후원금만 19억원에 달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반려견 ‘토리’를 입양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다른 단체들보다도 유독 구조활동에 적극적이었다. 2006년 절도죄를 무릅쓰고 인천 장수동 재개발 지역에서 방치된 개를 구조한 ‘인천 장수동 개지옥 사건’을 시작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대규모 구조 현장에는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갔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13일 서울 종로구 동물권단체 케어 사무실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이사회에 앞서 한 이사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과거에도 수 차례 동물학대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박 대표의 구조활동 방식에 대한 논란도 컸다. 2011년 3월에는 케어의 동물보호소에서 가림막 없이 다른 개들이 보는 가운데 진돗개 20마리를 안락사 시킨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과천에서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데리고 나왔는데, 절도죄로 2013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당시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직에서 9개월간 물러났다가 복귀했다.

더욱이 박 대표는 이번에 의혹이 폭로되자 “소수의 동물들에 대하여 불가피한 안락사가 시행됐다”는 입장문을 내놓았으나, 이는 전혀 안락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온 과거 발언과 배치된다. 그는 4개월 전 페이스북에서 ‘안락사 기준’을 묻는 질문에 “2010년 전까지는 소수 안락사가 불가피했지만 2011년부터는 안락사하지 않는다”며 “그만큼 구조를 거절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박소연 대표가 안락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페이스북 댓글. 인터넷 캡처

박 대표는 그동안 개식용을 막기 위해 동물학대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제8조 1항을 지금보다 더 강화하라고 주장해왔지만 오히려 본인이 동물보호법위반으로 제8조 1항으로 고발될 처지에 놓였다. 1항에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ㆍ신체ㆍ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이번에 안락사 의혹을 폭로한 케어 직원의 법률 대리인인 권유림 율담 변호사는 동물보호법 위반과 상습사기로 박 대표를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구조한 동물 200여마리를 몰래 안락사시켰다는 폭로가 나온 동물권단체 케어의 직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케어 사무실을 기습 점거하고 박소연 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박 대표가 회원들에게 안락사 사실을 속이고 후원금을 받아왔기 때문에 후원금 횡령, 사기죄는 적용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 동물권리를 연구하는 변호사 단체 피앤알(PNR) 박주연 공동대표는 “회원들에게 안락사 상황을 공개하지 않은 것, 안락사를 시킨 동물을 미국에 입양 보냈다고 거짓으로 밝힌 것 등은 후원금 횡령과 사기죄가 적용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혐의는 적용 범위가 제한되어 있어 이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의 범위는 △사람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동물의 습성 및 생태환경 등 부득이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동물을 다른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경우로 제한되어 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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