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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슈베르트, 밝은 멘델스존 함께 들려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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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슈베르트, 밝은 멘델스존 함께 들려 드려요”

입력
2019.01.13 17:01
수정
2019.01.13 19:3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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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이정란 26일 독주회

“실내악 통해 첼로 더 깊이 연주”

이정란은 6세 때 시작한 첼로에 대한 애정이 여전하다. 그는 "첼로를 좋아하신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들어 편했고, 승부근성도 있다 보니 반항 한 번 못해보고 지금까지 첼로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김주성 기자
이정란은 6세 때 시작한 첼로에 대한 애정이 여전하다. 그는 "첼로를 좋아하신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들어 편했고, 승부근성도 있다 보니 반항 한 번 못해보고 지금까지 첼로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김주성 기자

“연습을 하지 않을 땐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이번엔 이런 곡을 하고, 다음엔 또 이런 곡을 하고. 왜 그 곡을 연주해야 하는지 스스로 설득이 필요해서, 저에게 동기부여를 하려고 많이 고민하는 편이예요.”

첼리스트 이정란(36)은 무대 위에서 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설득해야 한다고 한다. ‘모범적’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오랜 시간의 고민이 담긴 프로그램과 음악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연주로 관객까지 설득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는 연주자다.

이정란의 이력은 화려하다. 10대 후반 국제 콩쿠르에서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서울대 재학 중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합격해 유학 길에 올랐다. 귀국 후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부수석을 역임했다. 지금은 솔리스트이자 실내악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제일 바쁜 첼리스트 중 한 명이다.

2015년 바흐 무반주 모음곡 전곡 연주, 2017~2018년 베토벤 첼로 작품 전곡 연주를 선보였던 그가 올해 택한 작곡가는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이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난 그는 “베토벤 이후에 좋은 첼로 레퍼토리를 남긴 작곡가로 멘델스존을 떠올렸다”며 “동시에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던 슈베르트까지 두 작곡가를 한 공연에서 함께 들려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이정란. 김주성 기자
첼리스트 이정란. 김주성 기자

낭만주의 문을 연 작곡가로 평가 받는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 고전주의 작곡가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평생 외롭고 가난하게 살았던 슈베르트와,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사교활동도 많이 했던 멘델스존은 음악에서도 다른 색채를 보인다. 이정란의 공연은 우수에 찬 겨울에서 생기 넘치는 봄으로 넘어가는 과정처럼 꾸며졌다. “슈베르트 음악에는 고독함이 항상 있어요. 이번 공연에서 슈베르트는 단조곡으로만 구성했어요. 2부에서는 멘델스존의 밝은 음악을 확실하게 보여드릴 거예요.”

슈베르트는 대표곡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와 함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에 들어 있는 곡을 골랐다. 성악곡을 첼로로 연주하는 것이다. 이정란은 “슈베르트와 가곡을 떼어놓을 수 없어 꼭 조명하고 싶었다”며 “사람 목소리와 비슷하다고 하는 첼로로 가곡의 아름다움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첼로라는 악기를 더 깊이 연주하기 위해 이정란은 실내악에 애정을 쏟는다. “어려서는 국제 콩쿠르에 관심 있었고, 솔리스트로 성장하는 게 목표였죠. 물론 그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실내악은 제게 음악의 지평이 얼마나 넓은지 보여줬어요.” 미국 대표 실내악 축제인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의 경험이 그의 생각과 태도를 완전히 변화시켰다고 했다. 2005년 파리 국립음악원 재학 당시 피아니스트 이효주,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과 결성한 트리오 제이드 활동을 더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파리 국립음악원에 실내악 전문 과정 입학 시험을 다시 봤을 정도다.

이정란은 앞으로도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연주자로 활동하고 싶다. “제 연주를 통해 작곡가의 의도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또 저를 통해 첼로의 매력도 더 발산되면 좋겠고요. 언젠가는 브람스가 쓴 실내악 곡을 모두 들을 수 있는 페스티벌을 열고 싶다는 게 바람이에요.”

이정란 독주회는 2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함께 무대에 선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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