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 프리랜드(오른쪽) 캐나다 외교장관이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한 사우디 출신 난민 여성 라하프 알쿠눈(가운데)을 환영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가족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며 도피하던 중 태국에서 발이 묶인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라하프 알쿠눈(18)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마침내 12일(현지시간) 원하던 캐나다에 도착했다.

알쿠눈은 이날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해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의 공식 환영을 받았다. 알쿠눈은 유엔난민기구 모자를 쓰고 ‘캐나다’라고 적힌 후드 지퍼를 입은 채 입국장에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프리랜드 장관은 알쿠눈을 가리켜 “매우 용감한 새 캐나다인, 라하프 알쿠눈을 소개한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앞서 수라칫 학빤 태국 이민청장에 따르면 알쿠눈은 11일 오후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했으며, 거기서 다시 연결편을 타고 캐나다 토론토로 향했다. 11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그를 난민으로 수용하겠다고 발언한 후, 알쿠눈은 태국 주재 캐나다 대사관에서 수 시간에 걸친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편을 통해 캐나다로 이동했다.

수라찻 청장은 호주를 비롯해 여러 정부가 알쿠눈을 난민으로 수용할 가능성을 놓고 유엔난민기구와 접촉했으며, “캐나다로 향한 것은 그(알쿠눈)의 개인적인 결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주 언론은 호주 정부가 난민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를 주저하면서 결국 캐나다로 방향을 틀었고, 캐나다 정부가 난민 수용에 동의하면서 전격 캐나다행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한 유엔난민기구 관계자도 알쿠눈 사건의 시급성이 캐나다에 난민 수용을 요청하게 된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가 알쿠눈의 난민 지위를 인정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캐나다 간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가운데 내린 결정이라 주목된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8월 사우디의 여성운동가 사마르 바다위 체포를 비판했다가 사우디 정부로부터 외교관 추방이라는 보복조치를 당했다. 또 캐나다에 있는 사우디 유학생에게도 철수 명령을 내렸다. 캐나다 정부는 이에 굴하지 않고 10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명백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사우디에 대한 군비 수출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번 사건에도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는 전 세계 인권과 여성 인권을 위해 나서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해 왔다”며 사우디와의 관계 논란을 일축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전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으며 관영 언론도 이번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 가정 학대를 부인하고 있는 알쿠눈의 부친과 남자 형제도 태국 방콕을 방문했지만, 알쿠눈에게 면담을 거부당한 채 그대로 사우디로 돌아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