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자체 직영보호소에만 인도적 처리 규칙 적용
제주 유기동물 보호소. 고은경기자

동물권 단체 케어가 지난 4년간 구조한 동물 200여마리 이상을 임의로 안락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다른 사설 보호소들의 유기동물 안락사 현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 동물보호단체이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반려견 ‘토리’를 입양시킨 단체마저 회원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보호 중이던 동물들을 안락사 시킨 게 드러나면서 일부 시민들은 다른 동물단체들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본보가 카라와 동물자유연대, 비글구조네트워크 등 주요 동물단체에 안락사 기준과 현황을 확인한 결과, 케어처럼 대표나 직원들의 임의로 대규모로 안락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다만 동물이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경우 등 안락사가 불가피한 경우가 있는데 모두 수의사의 판단과 복수의 직원들이 동의를 한 후 진행한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의 경우 현재 경기 남양주에 약 290마리의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매년 안락사를 시키는 경우는 2,3마리”라며 “의학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하지만 지속적으로 극심한 고통이 수반되는 경우 수의사 2명의 판단, 센터 팀장급 이상의 전원 동의, 동물들 돌보는 활동가의 동의 하에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의 경우에도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50마리 이상을 구조했으며 이 가운데 안락사를 한 경우는 유선종양이나 심장병 등 회복이 불가능한 4마리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발생하는 유기견은 8만여 마리에 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카라의 경우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더불어숨센터와 위탁소에서 171마리의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카라 관계자는 “카라는 안락사 본연의 의미에 부합하는 고통 경감을 위한 경우만 인정하고 있고, 아직까지 안락사를 집행해야만 할 사례가 없었다”고 밝혔다. 직영 보호소가 없는 카라는 올해 말 경기 파주에 보호소인 더봄센터를 완공을 앞두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 2년간 600마리를 구조했고 이 가운데 3마리를 안락사 시켰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수의사소견 →대모대부 동의→운영자의결→안락사 참관의 구조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에 한해서만 동물의 인도적 처리 방법이 적용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22조에 따르면 동물의 인도적 처리는 ▦동물이 질병 또는 상해로부터 회복할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으로 수의사가 진단한 경우 ▦동물이 사람이나 보호중인 다른 동물에게 질병을 옮기거나 위해를 끼칠 우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수의사가 진단한 경우 ▦기증 또는 분양이 곤란한 경우 등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지자체 보호소의 경우 구조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동물들을 받기 위해 안락사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설 보호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플라스틱 손 모형으로 개 밥그릇을 뺏는 방식으로 공격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centerforshelterdogs.tufts.edu 홈페이지 캡처

한편 해외 동물보호소에서도 안락사는 이뤄지고 있다. 다만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등은 건강 등 안락사 대상 선정부터 방법까지 철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시행하고 있다. 미국 동물보호소의 경우에도 공격성이 있는 개들에 대해 안락사를 시행하지만 공격성 여부를 임의로 판단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한 유기동물보호소의 경우 공격성이 있는 ‘위험한 개’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 안락사 여부를 결정하는데, 길어야 20분에 불과한 이 테스트가 개들의 생사여부를 결정지을 만큼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면서 애리조나주 인근 다른 보호소들이 테스트를 없애기도 했다.

동물권리를 연구하는 변호사 단체 피앤알(PNR)의 박주연 공동대표는 “국내 사설 보호소의경우 사실상 구조한 동물단체의 가치판단에만 동물의 생사권을 맡기고 있는 것”이라며 “개인이든 단체든 데려갈 거면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 경우에만 동물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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