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한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 상황 관련 조사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북한이 처한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유의미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한반도 평화협상이 시작될 경우 평화협정에 남북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북측 노동자의 인권과 관련한 조항이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킨타나 보고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밝혔다. 킨타나 보고관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 중 ‘인민 생활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우리 당과 국가의 제일가는 중대사’라는 대목을 짚어 “지도층 차원에서 이러한 방침을 밝힌 것은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지속적인 비판을 가하던 전과 달리 새해에 일부 희망의 싹도 틔웠다는 진단을 내려 북측의 주민생활 개선 노력을 촉구한 것이다.

킨타나 보고관은 북측이 여전히 인권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해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국제적 권위가 계속 높아져 간다’고 묘사한 점을 두고서는 “(국제사회와) 협상 덕분이며 인권 대화에 참여할 때 비로소 이것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방북 허용을 촉구했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2016년 임명돼 현재까지 5번 방한했으나 북한 방문은 모두 거부당했다. 7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이번 방한 일정 동안 그는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고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탈북민들을 면담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회담이 임박해지는 가운데 “올해 북한과 당사국간 대화에 있어 인권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잃어버린 기회’일 것”이란 경고도 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특히 “남북 간 여러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철도연결 등 건설사업에 참여하는 북한 노동자들에게 어떤 노동기준을 적용할지 분명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예시까지 들어가며 사실상 우리 정부에 인권 논의를 촉구했다. 또 평화협상에 돌입할 경우 이 평화협정에도 인권 관련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잠적 중인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에 대해 킨타나 보고관은 “모든 이들은 망명을 신청할 권리가 있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조 대사대리가) 사라지기 전 이미 다른 대사대리로 변경하는 계획이 있었다는 것 정도 알고 있다”며 “더는 말씀 드릴 게 없지만 국제법 측면에서 모든 이들은 망명을 신청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조 대사대리는 북한대사관 이탈 사실이 확인된 지난해 11월 제3국으로 도피 후 이탈리아로 돌아왔고, 현재 정보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망명 등 해법을 기다리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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