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담 2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있다. 쓰담쓰담 제공.

“그냥 직장인보다 ‘소설 쓰는 직장인’이 더 멋있어 보여요.”

책으로 둘러싸인 작은 방. 노트북을 두드리는 소리와 작품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는 말소리, 열정으로 가득 찬 이 곳은 소설을 쓰고 담는 모임 쓰담쓰담의 작업실이다.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빛에서 비장함마저 감도는 이들은 작가 초년생이다.

5주 동안 에디터에게 수업을 받고 단편소설집을 내는 것이 쓰담쓰담의 목표. 쓰담쓰담은 최근 2기 모임을 마무리 중이다. 지난해 1기 작가 8명은 저마다 이야기로 가득 메운 단편소설집을 내고 최근 관련 대화모임까지 가졌다. 작가가 아닌 직장인, 운동강사, 학생 신분으로 소설을 쓰는 이들은 누구일까.

◇ 타고난 글쟁이들, 이야기 보따리를 풀다

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글쟁이였다”고 고백했다. 국제협력 일을 하는 이선주(29)씨는 글에 대한 갈망이 꾸준했다. 학창 시절 그는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썼다. 이씨는 친구들에게 공책에 쓴 글을 보여주고 그들이 남긴 댓글을 읽는 것이 소소한 낙이었다. 성인이 돼서도 글 욕심을 멈추지 않았다.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서 글쓰기 모임을 검색해 모두 살펴봤다.

그만큼 이씨에게 쓰담쓰담은 좋은 기회였다. 모임에 참여하면서 글에 대한 반응과 출판 정보를 얻어 결국 책을 낼 수 있었다. 그는 소설 소재를 늘 주변에서 얻는다. “회사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말로 하지 못하고 소설로 쓰게 돼요.”

기업에서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이가영(29)씨도 어렸을 적 기억이 소설을 쓰게 된 동력이었다. 아버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글을 모아 책처럼 만들어 줬다. 취직 후에도 글쓰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혼자 쓰다 보니 글을 맺는 게 늘 문제였다. 노트북에 끝내지 못한 습작만 쌓여가던 차에 쓰담쓰담을 알게 됐다. 이씨는 모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강제로 글을 끝맺게 하는 점”을 꼽았다.

아쉽게 접은 꿈을 되살린 사람들도 있다. 직장인 신은빈(29)씨는 대학의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지만 생계를 위해 작가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다 보니 남은 건 습작뿐 활자화된 글이 없었다. 신씨는 “책을 내서 인쇄된 글을 보는 게 좋다”며 “전업작가의 꿈도 아직 갖고 있다”고 했다.

김혜민(24)씨도 대학의 문예창작과를 나왔지만 프리랜서 운동강사로 일하고 있다. 김 씨 역시 여전히 글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해 독립출판을 꿈꾸게 됐다. 쓰담쓰담을 만나면서 혼자 간직했던 글쓰기 열망을 현실화했다.

◇ ‘나의 인생사’에서 출발… ‘한 줄’에서 ‘10장’으로
쓰담쓰담 1기 참여 작가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김가현 인턴기자

에디터가 진행하는 쓰담쓰담 수업의 핵심은 크레센도 방식에 있다. 점점 세게 연주하는 음악 기호 명칭에서 따온 크레센도는 한 줄에서 시작해 점점 살을 붙여 소설을 완성한다는 의미다.

모임에 참여한 예비 작가들은 한 줄에서 시작해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이어지는 5줄과 3막 8장 구성을 거쳐 원고지 70~80매 분량의 소설로 다듬는다. 이런 식의 수업을 따라가다 보면 초보자도 어느덧 소설 한 편을 뚝딱 완성하게 된다. 글쓰기 초보인 사업가 박성민(28)씨는 “한 문장으로 시작했는데 긴 글이 됐다”며 놀라워했다.

다사다난한 인생 여정은 소설의 소재가 됐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갔다.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김아영(24)씨는 대학에서 문예창작과를 다니다 잘 맞지 않아 학교를 휴학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히 영업에 대한 적성을 깨닫고 진로를 틀어 지금 회사에 들어갔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도 우연의 연속인 삶을 산다. 교육대 진학을 준비하던 주인공이 입시에 실패해 식당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우연히 재능을 발견해 요리사로 성공하는 이야기다. 김씨는 소설을 통해 경험에서 얻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왜 계속 실패할까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우연을 만나려고 그랬네요.”

주변을 관찰해 글을 쓰는 이선주씨는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소설에 담았다. 5년째 고시에서 낙방해 자살을 시도하던 주인공이 초능력을 얻어 도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혼내주는 이야기다. 이씨는 “초능력을 발휘해 고양이가 식당의 진상 손님을 할퀴게 만드는 소소한 응징을 다뤘다”라며 “부도덕함을 모른 척 지나가지 말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이름처럼 ‘쓰담쓰담’ “함께 모여 마음을 다독여요”

작가들은 소설 쓰기에서 치유의 효과를 본다. 김아영씨는 지난해 파혼의 아픔으로 힘들게 보냈다. 다친 마음을 치료받고 싶어서 쓰담쓰담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정말 힘들었는데 쓰담쓰담이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신은빈씨는 “5주 동안 시간 여유가 없었는데 심적으로 여유가 생겼다”며 “소설을 쓰는 동안 많이 웃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모임이 좋은 점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위로의 힘이 배가된다는 것이다. 박성민씨는 “모임을 통해 글쓰기를 얘기할 수 있고 서로 응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서로 글을 읽고 합평하는 시간은 위로를 하는 시간이자 위로를 받는 시간이다. 어디에 소속된 느낌과 누군가로부터 돌봄을 받는 느낌도 큰 힘이 된다.

양힘찬(맨 오른쪽) 에디터가 작가 원고를 보며 평을 하고 있다. 김가현 인턴기자

어떻게든 소설을 마무리 짓는 것도 모임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이선주씨는 쓰담쓰담 수업이 “멱살을 잡아 끌고 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시작만 하면 경험일 뿐이지만 끝을 내면 경력이 된다는 에디터의 말을 듣고 꼭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아영씨도 “에디터가 기간을 정해주고 재촉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쓰담쓰담이 참여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첫 발 떼기다. 처음에 어렵지만 두 번, 세 번 하다보면 쉽다는 것이 양힘찬 쓰담쓰담 에디터의 생각이다. 그의 소망은 쓰담쓰담 작가들이 소설집을 만들어 본 경험을 발판 삼아 다른 책도 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갈수록 나아지는 참가자들의 글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 양 에디터는 “쓰담쓰담은 이름처럼 마음을 쓰다듬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라며 “자기 얘기를 글로 쏟아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치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김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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