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텍사스주 리오그란데강 지역을 찾아 경비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멕시코 접경 지역을 찾아 국경 장벽 예산을 거듭 촉구하고 이달 말 예정된 국제행사인 다보스포럼 참석까지 취소하며 배수진을 쳤다. 그는 특히 장벽 예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위한 수순 밟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장벽 예산에 대한 여야 충돌로 빚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은 12일 기점으로 역대 최장 기록(21일)을 경신하게 돼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멕시코 접경인 텍사스주 매캘런을 방문해 국경순찰대 활동 현장을 시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가장 신성한 의무는 국가를 지키는 것이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건 훨씬 쉬울 것"이라며 "우리는 장벽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힘을 합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 이건 진정 국가 안보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리오그란데강 지역으로 이동해 경비 상황을 둘러보고 국경보안에 관한 브리핑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방문은 국경 치안이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 위한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가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떠한 이유에서든 우리가 이것을(장벽건설 예산 합의) 해내지 못한다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이 검토한 결과 장벽 건설에 필요한 예산을 조달할 수 있도록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절대적인 권한이 있다”며 “아직 그럴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만약 그래야 한다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방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국방부 예산을 전용해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다. 연방 정부 업무를 재개하면서도 민주당의 도움 없이 국방부 예산으로 장벽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국경장벽 건설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육군 공병단에 재해복구지원 예산을 전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줄 것을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의회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139억달러 규모의 재해구호 기금 법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가비상사태의 적법성을 문제 삼으며 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장벽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법정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선 셧다운 사태로 인해 이달 22∼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 참석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장벽 안전에 대한 민주당의 비협조적 태도 및 우리나라 안전의 중요성으로 인해 WEF 참석을 위해 스위스 다보스로 가려던 매우 중요한 일정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22일 0시부터 돌입한 연방정부 셧다운은 이날로 20일째 맞았다. 역대 최장기록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21일(1995년 12월 16일~1996년 1월 5일)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 셧다운 사태를 부른 국경 장벽 예산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번 셧다운 사태가 최장 기록을 깨는 불명예를 안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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