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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죄 떠나 참담”… 사상 초유 상황에 법원 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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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죄 떠나 참담”… 사상 초유 상황에 법원 침통

입력
2019.01.11 14:26
수정
2019.01.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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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 등의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 등의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사법농단 사태로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법원에는 11일 종일 침통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판사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대개 “참담하다”는 심정을 내비쳤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 상황을 보고 기분이 편한 판사가 어디 있겠느냐”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싶다”고 토로했다. 서울고법의 또 다른 판사도 “유무죄를 떠나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상고법원이 필요했으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됐는데, 굳이 그걸 위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방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일선 법관일 때는 뛰어난 사람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돼 안타깝다”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양 전 대법원장 개인을 비난하기 보단 조직 전체가 반성해야 할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혼자 이 일을 만든 게 아니다”며 “물론 본인의 책임이 크긴 하지만 이 같은 일이 가능하게 한 조직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방의 한 판사도 “오랜 수사과 부풀려진 보도로 국민들이 일선 법관 전체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오늘 일을 계기로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를 넘겨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가 하루 빨리 마무리되고 법원이 정상화되길 바라는 바람도 터져 나왔다. 지방의 한 판사는 “검찰이 판사들 다 소환해놓고 참고인이지만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하는 등으로 압박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며 “기소 불기소를 정리해줘야 법원도 인사 등 내부 정리를 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법관이 2월 정기 인사 이후에 피의자로 전환될 경우를 우려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리더십 부재를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지방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한 조직의 수장이라면 스스로 최전선에 나서서 총알받이 역할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뒷짐만 지고 있다”며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데는 김 대법원장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김 대법원장의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다”며 “계속 갈팡질팡하다 보니 법원개혁도 흐지부지 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1970년에 12회 사법시범에 합격해 75년 11월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법관 경력을 시작했다. 사업연수원 교수와 법원행정처 송무국장 등을 거쳐 2003년 2월에는 법원행정처 차장직에 올랐지만, 같은 해 일어난 ‘4차 사법파동’에 참여했다 특허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2월에 대법원에 재입성해 6년간 대법관으로 근무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9월 제15대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엘리트 법관으로 승승장구 하던 양 전 대법관은 임기 동안 원로법관제를 실시해 법관들의 정년 보장 길을 열고, 대법원 공개변론 생중계를 시작하는 등 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고위법관 인사적체 해소 등을 위해 상고법원 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법 행정권을 남용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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