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도쿄=EPA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 일본 정부에 겸허한 태도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책임 전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를 비판한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측의 책임을 (일본에) 전가하려는 것”이라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 한국 대법원이 판결을 확정하는 시점에 한국 측에 의한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협정 위반 상태를 재검토해야 하며, 그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히 한국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현재까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여기에 원고 측에 의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압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9일 일본 측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거, 한국 측에 요청한 양국 간 협의와 관련해 “한국 측이 성의를 갖고 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수용을 압박했다. 향후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선 “상황을 보면서 어떤 시점에 무엇을 할지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선 언급을 삼갔다.

이날 일본 언론들도 문 대통령의 회견과 관련해 일본 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는 불만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과 마이니치(每日)신문은 각각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전혀 남의 일인 듯한 발언뿐이었다” 등 외무성 간부의 언급을 인용해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한국 측 입장과,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 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고 일본이 요청한 정부 간 협의도 시작된다는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양국 간 상호불신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집권여당인 자민당에서는 △주한 일본대사의 일시 귀국 △일본 방문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 정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 인상 △일본에 있는 한국 기업의 자산 압류 등 일본 정부의 강한 대응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주한 일본대사는 양국 간 현안 협의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본국 소환이 어렵고, 비자 면제 정지는 2020년 외국인 방문객 4,000만명을 목표로 하는 정부 시책에 역행한다. 관세 인상과 한국기업의 자산 압류 등은 국내법적 정비가 필요하고 오히려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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