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클럽 오찬 대담에서 통화정책의 인내심과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금리 인상 속도 완화를 암시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 안팎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이 지난 3년 간 유지해온 긴축 기조에서 점차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클럽 오찬 대담에서 “지금은 인내하면서 탄력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망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지표는 탄탄하지만 금융시장은 우려하고 있다”며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스토리가 올해 어떻게 진행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이 경기 둔화를 우려한다면 설령 지표가 양호하더라도 통화정책 긴축 정도를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파월은 나아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에 대해 “올해 경제가 매우 좋게 움직이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파월의 이날 발언은 지난 4일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그 자신이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보면서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더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의향을 재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공개된 지난달 FOMC 의사록에선 파월의 입장이 연준 위원들의 합치된 견해라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2015년 12월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하는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래 3년 간 9차례나 금리를 올려온 연준이 정책 기조 변경에 착수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연준 2인자인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 역시 이날 뉴욕대 연설에서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를 늦추는 방식으로 긴축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준은 재작년 10월부터 양적완화 시기에 사들인 채권을 매각해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 그는 “보유자산 축소를 비롯한 어떤 통화정책 정상화 정책이라도 연준의 양대 목표(최대고용과 물가안정) 성취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변경하겠다”고 말했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금리 결정에 있어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향적 자세도 내비쳤다. 그는 “다른 나라의 성장률과 전망치가 최근 수 개월간 둔화했고 전반적 금융 여건은 눈에 띄게 빡빡해졌다”며 “미국 경제에 대한 ‘옆바람(crosswinds)’이 지속된다면 통화정책은 그것을 상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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