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자회견서 J노믹스 세부보완 예고… 최저임금 등 지지층 양보 촉구
“혁신적 포용국가” 큰 틀은 유지… 노동계 “정부가 열린 마음을” 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2019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기자회견 연설 내용의 대부분을 민생ㆍ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에 할애했다. 민생ㆍ경제 문제를 국정과제 우선 순위에 두고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반드시 ‘혁신적 포용국가’를 이뤄내겠다”며 큰 틀에서의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해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정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노동계와 진보적 시민사회진영의 이해와 양보를 호소하며 세부 정책 추진에 있어서의 변화를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지난 20개월간 가장 힘들고 아쉽고 아픈 점은 고용지표가 부진하고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새해 우리 정부의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한계를 일정부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고용 악화 원인을 묻는 질문에 “(최저임금 인상) 효과도 일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며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그렇다”라고 밝혔다. 앞서 모두 연설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년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의미 있는 결정으로,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세부 정책의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정책 기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해 가면서도 보완할 점을 충분히 보완해서 고용의 양과 질을 함께 높이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도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러려면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했다. J(제이)노믹스의 3대 축인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기조는 유지하겠지만,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변화를 위해 노동계와 진보적 시민사회진영이 좀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탄력근무제 확대 등에 강력 반대하고 있는 노동계를 향해 “노동자의 삶 향상은 우리 경제가 함께 살아나는 과정에서 가능하다”며 “그런 점에서 노동계가 열린 마음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는 것이 그 자체로선 좋지만, 그것이 다른 경제 부분에 영향을 미쳐 오히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다면 종국엔 노동자조차 일자리가 충분치 않게 되고, 노동자의 고통으로 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규제 혁신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바뀐 시대에 맞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상대와 대화하는, 조금 유연한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속에 경제ㆍ사회의 현실이 바뀌고 있는데도 옛날 가치를 고집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규제혁신은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의 발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진보 진영을 향한 호소로 풀이된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선(先) 신뢰구축-후(後) 핵 신고’ 로드맵을 재차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보내온 친서에 대한 답장 형식으로 북으로 친서를 보낸 사실도 공개했다.

이날 회견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실체 없는 자화자찬도 스스로 되뇌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을 현실로 착각하게 된다”며 “대통령만을 위한 현실도피 수단”이라고 혹평했다. 바른미래당도 “국민은 반성문을 원하는데 대통령은 셀프 용비어천가를 불렀다”며 “실패한 경제정책을 바꾸지 않는 대통령의 아집이 두렵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도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입장문을 내 “열린 마음에 대한 주문은 오히려 정부에 하고 싶었던 발언”이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35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했다.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9번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셈이다. 소득주도성장은 1번 언급된 반면 혁신성장은 3번 언급하면서 혁신성장에 무게를 뒀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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