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꽃비와 순돌이는 밤이 되면 꼭 ‘부모님’의 방으로 들어온다. 등을 내어주고, 노부부의 사이에 끼어 잠을 청한다. 야옹서가 제공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가. 고양이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감탄사를 내뱉게 하는 생명체다. 부산에서 특수 교사로 일하고 있는 정서윤(43)씨가 취미로 배운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고양이는 말 그대로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난다. 정씨의 부모님과 고양이들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함께 담은 사진은 그 이유만으로 특별해졌다. 89세, 79세인 노부부는 ‘무심한 듯 다정하게’ 고양이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은 정씨의 사진과 글이 책 ‘가족이니까’에 담겨 오프라인으로 나왔다. 고양이 순돌이와 어머니의 일상을 담아 2016년에 펴냈던 ‘무심한듯 다정하게’는 3쇄를 찍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두 번째 책이 기획됐다.

이번 책에선 가족이 늘었다. 작가가 결혼하면서 남편이 2015년 입양했던 고양이 꽃비도 새 식구가 됐다. 꽃비의 애교로 무뚝뚝한 마음이 녹기 시작한 아버지도 피사체로 자주 등장한다. 경남 창녕군 우포에 위치한 정서윤씨 부부의 시골집에서 키우는 개 봉순이도 있다. 동네 터줏대감인 길고양이들까지 ‘가족이니까’는 정말 가족의 이야기다.

이들의 다감한 모습을 오래도록 볼 수 있기를 저자도, 독자도 바라게 된다. 야옹서가 제공

정씨가 처음부터 고양이를 키울 작정을 한 건 아니었다. 2013년 별 생각 없이 “야옹아”라고 부른 소리에 졸졸 따라 온 고양이 순돌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10일 전화로 만난 정씨는 “행색이 마르고, 몸도 지저분했던 순돌이에게 밥을 5개월 간 챙겨주다 보니 가족으로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가족을 이룬다는 건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일. 반려동물 역시 쉬이 연을 맺고 끊어선 안 된다는 정씨의 믿음이 그의 글 곳곳에 묻어난다.

꽃비의 애교는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의 마음을 녹인다. 야옹서가 제공

길고양이였던 순돌이와 꽃비는 지금 모두 정씨 부모님 댁에서 지낸다. “어머니는 순돌이를 금방 좋아하셨죠. 아버지와 순돌이가 서먹했는데, 꽃비의 애교로 아버지가 정말 많이 달라지셨어요. 하루 세 번 고양이 화장실 청소도 아버지가 전담하고요.” 그래서 이 집에는 순돌이와 어머니, 꽃비와 아버지의 애정관계가 형성돼 있다.

"쇼핑백 안으로 돌진하듯 들어가 은신처인 양 몸을 숨기는 경우가 많은" 순돌이와 "쇼핑백을 이불처럼 덮고 눕는" 꽃비는 성격도 정반대다. 애교가 많고 장난꾸러기인 꽃비는 어머니의 이어폰을 줄곧 물어뜯는다. 야옹서가 제공

소소한 일상이 담긴 정씨의 글은 천천히 다가와 오래도록 남는다. 자신의 SNS에 적었던 글들을 보완해 책에 실었다. 무엇보다 핵심은 마음 따뜻해지는 사진들이다. 비법을 물었다. “시간을 들여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것 같아요. 사진을 찍고 바로 돌아서는 게 아니라 한참을 관찰하다가 찍는 거죠. 어머니와 고양이들이 함께 일 때면 무조건 카메라를 들고 준비된 자세로 있게 됐어요.”

부모님과 고양이들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함께 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은 곧 독자들의 바람이 된다. “새침한 순돌이, 넉살 좋은 꽃비, 독불장군 아버지와 다정한 엄마, 성격도 제 각각인 넷이 모여 가족이라는 울타리 아래 마음을 나누며 일상을 보낸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주는 가족이 곁에 있다는 건 사람에게도 고양이에게도 얼마나 중요하고 감사한 일인가.”

가족이니까
정서윤 지음
야옹서가 발행ㆍ272쪽ㆍ1만5,500원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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