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누적 국세수입 규모
당초 예상보다 25조원 초과 전망
한국일보

지난해 11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이 당초 예상한 연간 세수 규모보다 12조원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벌써 4년째 초과 세수로, 12월에 걷힌 세금까지 감안하면 초과 세수 규모가 25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가계라면 벌이가 늘면 좋은 일이지만, 정부 입장에선 재정 확대가 필요한 시점에 세금을 필요 이상 남기는 실책을 저지른 셈이다. 경기 부진에 대처해야 할 상황에서 되레 재정 긴축정책을 편 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세수입은 279조9,000억원으로 예산안에 상정된 세수 예상치 268조1,000억원보다 11조8,000억원 더 걷혔다. 목표 세수 대비 실제 걷힌 비율을 의미하는 진도율은 104.4%에 달했다. 11월까지 걷힌 세금이 연간 거둬들일 세입 규모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이러한 초과 세수 상황은 2015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12월 세수까지 합치면 지난해 초과세수 규모는 25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전 연도(2017년) 12월 세수가 그 해 전체 세수의 5.1%를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12월 15조원 안팎의 세금이 걷혀 연간 세수가 290조원을 넘어설 거란 계산에 근거한 것이다./

세수 전망치와 실제 오차 자료: 기획재정부. 한국일보

초과 세수는 세수 전망 실패에서 비롯해 재정 지출의 효율성 저하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재정 지출은 국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정확한 세수 예측을 바탕으로 시기나 규모 면에서 재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출안을 짜야 한다. 그럼에도 지난해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데다가 유일한 보완책인 추가경정예산(추경)마저 상반기에 4조원에 못 미치는 규모로 편성하며 기회를 날렸다. 이렇다 보니 하반기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설비투자가 급감하는 위급 상황에도 세금은 남아도는데 쓰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일각에선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3.0%)보다 낮은 2.6~2.7% 수준으로 하향 조정된 데도 이런 비효율적 재정 집행이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질적 세수 예측 실패로 추경을 동원하는 땜질식 재정정책이 반복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추경은 급박한 재난, 경기 침체 등에 부득불 사용하도록 규정된 재정지출 방법이지만, 2015년 이래 초과 세수를 집행하는 방식으로 편법 동원됐다. 잦은 추경 편성을 두고 국회가 최종 결정하는 본예산을 무력화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도 할 말이 없진 않다. 지난해 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세목은 법인세,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등인데 그 세원이 되는 기업 수익, 부동산 및 주식 거래 등을 예측하기란 어렵다는 항변이다. 실제 11월까지 법인세와 소득세 진도율은 각각 110.1%와 108.4%에 달했다. 특히 양도소득세는 지난해 예상 세수는 10조원 안팎이었지만 11월까지 17조원가량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초과세수의 70% 이상이 법인세,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 시장 호황, 부동산이나 주식 거래 호조 등을 예측하긴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도 세수 호조가 이어질 걸로 예상하며 국세수입을 지난해보다 11.6% 늘어난 299조3,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법인세만 해도 1년 전 실적을 바탕으로 이듬해 납부하는 만큼 지난해 반도체 시장 호황 등이 세수 증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올해는 △근로장려세제(EITC) 3조원 추가 증액 △지방 개별소비세 3조원 지원 △유류세 인하에 따른 2조원 감면 효과 등 세수 감소 요인이 적지 않아 대규모 초과세수가 되풀이되진 않을 거라고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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