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6시3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앞 도로에서 택시가 불타고 있다. 이 불로 택시운전자 임모씨가 10일 새벽 사망했다. 종로소방서 제공

“택시기사들이여 다 일어나라. 교통을 마비시키자.“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며 분신한 택시기사 임모(65)씨의 마지막 음성이 공개됐다. 임씨는 카풀업체와 정부를 강력 규탄하는 한편, 택시기사들의 강력 투쟁을 촉구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카풀 반대 농성장에서 임씨가 남긴 유언 녹음과 유서를 공개했다. 분신 전 미리 녹음한 유언에서 임씨는 “카카오는 당초 택시와 상생을 약속했으나 지금은 (택시기사에게) 콜비를 챙기고 대리기사에게 수수료 20%를 착취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정부가) 소상공인 다 죽이고 자영업자 다 죽이고 경제는 다 망가졌다. 우리가 죽고 나면 대리기사들마저 죽을 것”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한 장만 남겨진 노트엔 ‘1994년 카풀 입법 당시 도입 취지는 고유가 시대에 유류 사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변질됐다’고 현 사태를 진단한 내용이 담겼다.

비대위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자연합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더 이상 정부와 여당에 카풀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라며 “문 대통령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택시 단체 대표들은 기자회견 직후 면담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앞서 전날 오후 6시3분쯤 서울 광화문역 2번 출구 앞 도로에 정차 중이던 개인택시에서 화재가 발생, 임씨가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날 오전 5시50분 숨졌다. 경찰은 차량 안에서 기름통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임씨가 분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임씨는 경기 수원시에서 일하는 개인 택시기사로, 지난달 1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분신한 최모(57)씨의 분향소에 수 차례 방문하는 등 카풀 반대 운동에 적극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관계자는 “분신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얼마나 심각하면 이러한 선택을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 설치된 카풀 반대 천막농성장 앞에서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카풀 도입 반대 문구를 택시에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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