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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이야기] 사막 마라톤 중 만난 떠돌이 개… 인생의 페이스 메이커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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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이야기] 사막 마라톤 중 만난 떠돌이 개… 인생의 페이스 메이커 됐죠

입력
2019.01.12 04:40
수정
2019.01.12 12: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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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마라토너 레너드와 유기견 ‘고비’

디온 레너드(왼쪽)과 고비가 환하게 웃고 있다. 디온 레너드 제공
디온 레너드(왼쪽)과 고비가 환하게 웃고 있다. 디온 레너드 제공

동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기억할지도 모른다. 지난 2016년 전 세계를 감동시킨 호주의 울트라마라토너 디온 레너드(43)와 유기견 ‘고비’(5세ㆍ암컷) 이야기다.

울트라마라톤이란 일반 마라톤의 42.195㎞보다 더 긴 거리를 달리는 마라톤이다. 당시 중국 고비 사막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레너드씨를 따라 모래 언덕과 몽골 유목민들의 유르트 마을, 검은 모래로 뒤덮인 고비사막을 가로지르는 125㎞를 달린 유기견의 이야기는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레너드씨와 고비의 이야기를 담은 책 ‘고비를 찾아서’(옐로브릭)는 13개 언어로 20여개국에 출간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영국 선데이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한국에는 지난달 말 번역돼 소개됐다. 할리우드 영화사 20세기폭스와 계약도 맺어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고비’를 입양한 후 전세계를 여행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레너드씨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2016년 당시 중국 고비사막에서 열린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디온 레너드와 고비가 힘차게 달리고 있는 모습. 인디펜던트 캡처
2016년 당시 중국 고비사막에서 열린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디온 레너드와 고비가 힘차게 달리고 있는 모습. 인디펜던트 캡처
2016년 중국 고비사막에서 열린 울트라마라톤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고비. 디온 레너드 제공
2016년 중국 고비사막에서 열린 울트라마라톤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고비. 디온 레너드 제공

레너드씨는 7일간의 마라톤 대회 도중 우연히 만난 모랫빛의 작은 떠돌이 개에게 자신에게도 부족한 물과 간식을 나눠줬고 텐트에서 같이 잠을 잤다. ‘고비’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레너드씨는 “도움과 사랑이 필요한 고비에게서 어린 시절 자신을 보게 됐다”고 회고했다. 어린 시절 가정과 학교에서 학대 받은 적이 있는 그는 당시 자신이 도움이 필요했던 것처럼 고비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가능한 편안한 삶을 살게 해주려고 입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비의 입양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거주지인 영국으로 데려오려 했지만 검사와 검역, 항공료 비용만 6,000달러가 넘었고 4개월이 넘는 검역 절차를 거쳐야 했다. 다행히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연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모금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목표금액인 6,200달러가 모였다.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이후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검역 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지인에 맡겨뒀던 고비가 실종된 것이다.

“중국에서 고비를 찾는 것은 그야 말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였다. 긍정적인 마음을 먹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비를 찾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였고, 고비를 (열흘 만에) 찾은 것은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었다.”

디온 레너드씨가 중국 고비 사먹을 배경으로 고비를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디온 레너드 제공
디온 레너드씨가 중국 고비 사먹을 배경으로 고비를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디온 레너드 제공
고비를 본따 만든 인형 속 고비. 디온 레너드 제공
고비를 본따 만든 인형 속 고비. 디온 레너드 제공

그는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을 순탄치 못하게 보냈기에 오로지 경쟁에만 몰두했었다고 털어놓았다. 달리는 동안에도 즐거움 보다는 다른 사람을 이기려는 마음이 컸고, 경쟁에서 이기고 일인자만이 되는 게 유일한 목표였다. 하지만 고비를 찾게 되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게 중요한 것임을 깨우치게 됐다. 많은 이들이 SNS를 통해 레너드씨 가족을 응원했고, 중국 현지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전단지를 함께 돌렸다. 레너드씨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고비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된다. 다만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먼저 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비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책 '고비를 찾아서'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디온 레너드 제공
고비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책 '고비를 찾아서'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디온 레너드 제공

레너드씨는 고비의 삶을 바꿨지만, 고비 역시 레너드씨의 삶을 바꿨다. 레너드씨는 고비와 함께 전 세계를 돌며 이제 도움이 필요한 다른 유기동물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비처럼 도움이 필요한 개와 고양이, 다른 동물을 위해 기금을 모으고, 동물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는 “고비 이야기를 함으로써 단 한 마리의 개를 돕거나 구할 수 있다면 그 나라를 방문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전했다.

“고비는 많은 배우와 록밴드들을 만났고, 이제 유명해졌다. 앞으로도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고비의 팬을 만나고 어려움에 처한 동물들을 위한 일에 참여할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반려견용 카푸치노를 즐기고 있는 고비. 디온 레너드 제공
스타벅스에서 반려견용 카푸치노를 즐기고 있는 고비. 디온 레너드 제공

레너드씨는 고비 입양을 계기로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유기동물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졌다고 한다. 특히 고비처럼 가족이 필요한 유기되거나 방치된 동물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동물이 우리에게 주는 사랑, 헌신, 그들과 함께하는 경험은 그야말로 인생에서 최고의 것”이라며 “하지만 동물을 기르는 데는 그만큼 노력이 많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동물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어린아이 같다”며 “강아지일 때는 물론 귀엽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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