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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프랑스에서 온 MPV,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가 들려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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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프랑스에서 온 MPV,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가 들려주는 이야기

입력
2019.01.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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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기존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차량이 아니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기존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차량이 아니다.

국내 MPV 시장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군소 시장'에 불과한 게 사실이다. 카니발의 판매량이 제법 나오는 편이라고는 하지만 '시장의 성숙도' 혹은 '다양성'은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오늘 만나게 될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미묘한 체격을 갖고 있어 추구할 수 있는 '소비 시장 자체가 작은' 것이 사실이다. 조금 더 작았던 올란도, 카렌스의 시장 또한 제법 입지는 있었지만 다소 마이너한 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국내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MPV 등을 구매하는 주된 소비 시장이 바로 '싸커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싸커맘 시장이 정확히 자리를 잡고 있다기 보다는 '공간이 넉넉한 승용차'의 영역에 MPV가 SUV들과 함께 혼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밴의 형태 보다는 조금 더 스타일이 돋보이는 SUV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니 국내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MPV들도 더 고급스럽고 더 세련된, 혹은 더 역동적인 감성을 강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같다.

이야기가 조금 겉도는 것 같은데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강자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카니발의 경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토요타 시에나나 혼다 오딧세이의 경우 옵션 사양에서는 크게 문제는 없지만 '효율성'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더욱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를 택해야 할 이유, 혹은 당위성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시장의 유일한 존재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의 가장 큰 당위성은 그 무엇보다도 '유니크한 존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더블 쉐브론 엠블럼으로 시작되는 전면 디자인과 마치 우주선을 보는 것 같은, 혹은 '미래적인 이동 캡슐'의 느낌이 돋보이는 전체적인 실루엣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이런 스타일은 호불호를 떠나 '고유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요소다.

사실 처음 보았을 땐 '무슨 저렇게 생긴 차량이 있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하고 묘한 기분이 든다. 이런 디자인의 시각적인 매력을 떠나 충돌 및 전복 등과 같은 사고 상황에 대한 여러 고민이 추가되어야 하는 '머리 아픈 차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량을 유럽에서 경험한 기억이 있었는데 후술할 뛰어난 개방감과 매끄러운 디자인 너머로 보이는 유럽의 건물, 도시의 모습을 보며 '주변, 자연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가족의 차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탑승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다

유일무이한 존재감 보다 더욱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역시 실내 공간에 있다. 단순히 공간이 여유롭다기 보다는 독창적이고 세심한 디테일을 통해 우수한 만족감을 연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센터콘솔을 탈거하여 워크 스루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B 필러에 적용된 에어 밴트 등과 같은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뛰어난 개방감이 돋보인다. 윈드실드는 물론이고 창문의 크기를 정말 거대하게 가져가며 뛰어난 채광과 여유로운 시야를 누릴 수 있다. 마치 관광을 즐기고 있다는 기분이 들 정도다.

게다가 시트의 배리에이션 또한 인상적이다. 조수석의 편의성을 보장한 시트 시스템을 적용하고 2열에 위치한 3개의 시트를 모두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다수의 자녀들을 배려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또 2열 공간 하단에 마련된 수납 공간도 무척 신선했다.

1열 시트 뒤쪽에 적용된 작은 테이블은 고무 밴드와 작은 램프가 더해지면 2열 공간에서의 IT 기기 조작이나 독서, 장난감을 갖고 노는 상황에서의 만족감을 대폭 끌어 올릴 수 있는 독특함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2열 시트나 3열 시트를 조작하고 다루는 데 있어서 편의성이 정말 뛰어나다. 일반적으로 모든 조작이 편리한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데 그랜드 C4 피카소는 이러한 점을 정말 잘 다듬고 조율한 느낌이 든다.

이런 세심함은 아마 다른 미니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말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만의 매력이고, 탑승자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이런 요소들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외에도 넓은 적재 공간 또한 큰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선택과 포기를 명확히 정의하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정말 독특한 게 마치 전기차를 보는 것 같은 극단적으로 짧은 보닛과 전륜과 후륜의 오버행, 센터터널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플랫한 플로어 구성을 갖춰 작은 차체에서도 충분히 넉넉하고 만족스러운 공간을 연출했다.

이런 구조를 갖췄을 때에는 엔진 마운트나 서스펜션의 구성 등, 설계 및 패키지 부분에서 정말 머리가 아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겉으로는 잘 달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는데 막상 주행을 해보면 기대 이상으로 잘 달리기 때문에 더욱 놀라게 된다.

이 차량을 만들기 위해 속칭 '갈려나간' 엔지니어들의 노고와 땀이 어느 정도일지 쉽게 가늠되지 않을 정도의 놀라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50마력의 디젤 엔진에 의존하는 주행 성능은 사실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실용적인 정도로는 나쁘지 않겠지만 적재물이 많거나 탑승 인원이 많다면 조금 우려될 수도 있겠지만 경험을 되짚으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브레이크의 성능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MPV로서는 기대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직관적이고 강한 제동력을 느낄 수 있다. 아마 그랜드 C4 피카소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매일 서너 명의 탑승자가 있다'라는 걸 상정한 수준에서 설계가 이루어진 것 같고, 또 그렇기 때문에 제법 고성능의 타이어도 장착된 것 같다.

조향에 대한 감성이 그리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조향 감각을 떠나 조향에 따라 반응하는 차량의 움직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체격에 비해 선회력이 좋고, 제법 체격이 큰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난이도 높은 코너'를 두려워 하지 않는 모습을 과시해 '시트로엥'의 달리기 실력의 매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좋은점: 독창적이고 인상적인 실내 공간의 기교들

아쉬운점: 자신의 매력을 언급하지 못하는 입지

국내 시장의 시점과 다른 존재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어쩌면 국내 시장에서 MPV에게 기대하는 것들과 완전히 다른 것들을 갖추고 있는 차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람한 체격이나 고급스러운 존재감 보다는 실용적이지만 '독창성'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MPV에서 드라이빙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라는 표현이 얼마나 어색한 것인지 알기 때문에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더욱 더 이채롭고 독특한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그랜드 C4 피카소는 '그럼에도 제법 매력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이재환 기자(글), 김학수 기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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