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더 레코드]<7> 역도 기대주 이선미 
'역도 여제' 장미란의 기록에 도전하는 역도 기대주 이선미가 4일 경산시 경북체육고등학교 역도훈련장 바벨에 기댄 채 웃고 있다.

한국 역도계는 지난해 ‘역도 여제’ 장미란(36)을 넘어설 재목들의 등장에 들썩거렸다. 2013년 은퇴를 선언한 장미란의 뒤를 이을 선수에 목말라 있던 때, 걸출한 유망주들이 속속 장미란의 주니어 기록을 넘어섰다. 앞에선 김지현(21ㆍ하이트진로)이 끌어주고, 여고부에선 김지현의 2년 후배 이선미(19ㆍ경북체고)가 맹활약했다. 중등부에선 박혜정(16ㆍ안산 선부중)이 장미란의 중등부 시절 기록을 훌쩍 넘어서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들 가운데서도 이선미(19ㆍ경북체고)의 활약이 가장 도드라졌다. 지난해 6월 9일 충남 서천군에서 열린 중고역도연맹회장기 여고부 인상에서 121㎏을 들어올려 2003년부터 15년간 제자리에 멈춰있던 장미란의 한국주니어기록(120㎏)을 넘어서더니, 8월 13일 중고역도선수권 대회에선 인상(123㎏)과 용상(153㎏) 합계 276㎏을 들어올리면서 장미란의 합산 기록(275㎏)까지 갈아치웠다. 10월 17일 전국체육대회에선 인상에서 125㎏을 들어올리며 자신의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이선미의 이름 앞엔 ‘포스트 장미란’이란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고, 연말엔 2018 대한민국여성체육대상 신인상 주인공이 됐다.

4일 경산시 경북체고에서 만난 이선미는 “중학교 2학년 때 포기할 뻔한 역도를 계속 했기에 가능했던 기록들”이라며 “그때 나를 잘 다잡아준 부모님과 코치님들이 없었다면 그저 그런 학생으로 살아왔을 것”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의 권유로 5학년 때 바벨을 처음 잡았던 그는 경북체육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역도를 시작했지만, 자칫 ‘중2병’을 극복 못한 채 바벨을 놓을 뻔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기록도 오르지 않고, 운동이 너무 하기 싫어 어머니에게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다”고 했다. 다만 역도를 하겠다며 경북체중에 입학한 터라 쉽게 그만둘 수는 없었던 그는 부모님 앞에서 “3학년 때 금메달 3개를 따지 못하면 역도를 그만둘 것”이라며 ‘이루지 못할 것 같은’ 조건을 내걸고 조기 은퇴를 마음먹었단다. 그러나 그의 원대한 은퇴 계획은 단 하루의 대회 결과로 물거품이 됐다. 2015년 6월 1일 제주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육대회 여자 최중량급(75㎏ 이상) 인상(101㎏)과 용상(125㎏), 합계(226㎏)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순식간에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운동을 그만두긴커녕 단숨에 역도계가 주목하는 기대주로 떠오른 것이다.

'역도 여제' 장미란의 기록에 도전하는 역도 기대주 이선미가 4일 경산시 경북체육고등학교 역도훈련장에서 송진가루를 손에 바르고 있다.

경북체고 입학 후에도 종종 슬럼프를 겪으며 방황도 했지만 때마다 김종일 감독의 애정 어린 잔소리 속에 다시 바벨을 들어올려 3학년 때 폭발적인 기록들을 세웠다. 오는 2월 졸업 후 실업팀 강원도청에 합류하게 되는 이선미는 “이제 직업인이 된 만큼 학생 때보다 훨씬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운동하겠다”고 다짐했다. 당장 그에게 떨어진 과제는 용상이다. 상체보다 하체가 더 탄탄해 인상 기록은 쑥쑥 오르지만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선 용상 기록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이선미 얘기다. 그는 “강원도청에 합류해선 상체 근력운동도 열심히 해 용상 기록도 높이고 싶다”고 했다.

이선미의 스승 김종일 경북체고 감독은 “이선미의 기록은 앞으로도 크게 뛰어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김감독은 “실업팀에서 지금보다 체계적인 훈련을 소화하고, 큰 대회 경험을 꾸준히 쌓으면 장미란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장미란이 성장할 때와 달리 김지현이나 박혜정 같은 경쟁자들이 있는 점은 이선미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선미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는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2020년 도쿄올림픽보다 선후배들과 경쟁하면서 차근히 기록을 끌어올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려보고 싶단다. 대한역도연맹에 따르면 현재 여자 최중량급(87㎏ 이상) 세계신기록은 러시아의 타티아나 카시리나(28)가 지난해 11월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330㎏(지난해 체급기준 조정으로 새로 산출된 기록)이다. 이선미는 “올해 용상을 보완해 합계 300㎏까지 들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경산=글ㆍ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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