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주고받을지 합의 못하고 “회담 해야 한다” 의견은 일치
“한미, 先 핵신고 요구 일부 완화 등 새로운 방식의 검증방법 고민 중”
정부도 북미 관계에 우선 순위… 남북 교류ㆍ협력 당분간 숨고르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일 오후 평양에서 중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8일 방영했다. 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가시화하고 있으나 양측 물밑 협상에서 비핵화 관련 논의는 여전히 공전 상태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어느 정도 합의점에 도달해서 회담을 여는 게 아니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낮은 수준의 공감대만 마련한 뒤 정상회담에서 통 큰 담판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고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2차 회담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발표하는 등 북미 정상이 나서 회담 분위기를 띄우고 있음에도 정작 회담장에서 어떤 것을 주고받을지에 대해서는 전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콘텐츠 측면에서는 합의를 못했다. 그럼에도 ‘회담을 해야 한다’는 데 북미가 의견을 모으고 회담 파트너, 장소 등 하드웨어 부분부터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미가 ‘일단 만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데는 타협안 도출을 기다리다 자칫 대화 동력마저 사그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간 북한과 실무 또는 고위급 회담을 통해 로드맵 이견을 해소한 뒤 정상회담을 연다는 입장을 취해왔지만, 11월 초 고위급 회담 무산 이후 실무회담도 잡히지 않고 있다. 물론 그 사이 미국 내부에서 진전된 협상안이 성안되기는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측과 협상을 통해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내부 강경파들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어 미국 입장에서도 대화 재개가 급선무였을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방한 중북측에 인도적 지원 메시지를 던진 것도 이와 같은 계산에서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19일 방한 당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대북 인도지원 정책 개선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영종도=홍인기 기자

실제로 선(先) 핵 신고 요구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도 한미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사전에 핵시설 리스트를 제출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현실성이 낮다는 의견이 미국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듯 하다”며 “핵시설 불능화 및 폐기 과정을 북미가 함께 협의해 새로운 방식의 신고 및 검증을 시도하는 안을 한미가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북측이 약속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최대한 살리는 방안으로 타협책을 고안 중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과 담보 없이 무턱대고 양 정상이 만나는 건 북미 모두에 부담이라는 점에서 정상회담으로 직행하는 방식을 택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정상간 담판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정상회담 날짜를 협상 시한으로 정해 의견 조율을 가속화하려는 심산일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4차 방중도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중국 후원을 확보한 채 협상에 임한다면 미국이 달가울 리 없다”며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부 역시 북미관계 진전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어 당분간 남북 교류ㆍ협력 사업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남북 교류ㆍ협력 쪽에서는 준비된 것이 많은데 북미가 워낙 안 되고 있으니 타이밍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며 “북미가 대화하는 모양새라도 나와야 남북이 준비한 것들을 풀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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