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낸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군 내부 불만이 커지는 모양이다. “청와대 위세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과 김용우 총장의 처신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군의 실추된 명예와 사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육참총장은 50만 병력을 지휘하는 육군의 수장으로 군의 명예와 권위를 상징한다. 그런 인사가 청와대 행정관이 만나자 한다고 달려간 것은 경솔한 처사다. 사기와 명예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군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행위다. 그런데도 김 총장은 사과는커녕 자세한 경위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기껏 기자들에게 한 답변이 “요즘 뉴스 보기가 싫어졌다”는 한마디뿐이다. 뒤늦게 육군이 9일 “청와대에서 실무적 조언을 구해 김 총장이 주말에 시간을 내 행정관을 불러 잠깐 만났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군을 더 자극하고 참담하게 만든 것은 “행정관이라고 해서 참모총장을 못 만날 이유는 없다”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이다. 청와대 행정관이 필요에 따라 육참총장을 만날 수는 있지만 정상적인 지휘체계를 거치는 게 마땅하다. 청와대는 절차를 건너뛰어도 괜찮다는 인식도 문제지만 ‘육군 수장’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듯한 태도는 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민간 사찰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수사관을 ‘6급 따위’라며 비하한 것과는 딴판이다.

이번 사건은 어느 것 하나 속시원히 밝혀진 게 없다. 청와대 행정관이 총장과 회동한 날 앞서 전직 장성을 만났는데 두 달 뒤 그가 국방부 정책실장에 임명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 총장과의 면담을 주선하고 동석했던 심모 전 행정관도 얼마 뒤 준장으로 진급했다. 청와대가 장군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는 만큼 사건의 전말을 명확히 밝혀 내지 않으면 안 된다. 때마침 청와대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행정관이 분실한 서류의 내용과 성격, 청와대 인사 개입 여부, 육참총장과의 만남의 적절성 등을 안보지원사(전 기무사)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청와대도 뒷짐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진상 규명에 의지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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