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리프트밸리열병을 잠재적 공공 보건 비상사태 요소로 지목하고 있다. WHO 홈페이지 캡처

2016년 초 남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확산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지카 바이러스는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주 원인으로 지목된 질병이다. 그런데 미국 연구팀이 그런 지카 바이러스보다도 감염력 측면에서 신생아에게 위험한 질병을 지목했다. 바로 ‘리프트밸리열병’이다.

미국 피츠버그대 백신연구센터 연구팀은 지난달 발행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 게재 논문에서 리프트밸리열병이 태아에게 미치는 치명적 영향을 규명했다.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리프트밸리열 바이러스는 태반 가운데서도 태아에게 영양소를 공급하는 특별한 세포층을 감염시키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을 이끄는 감염 질환 전문가 에이미 하트먼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가 태반을 우회해서 태아를 감염시킨다면 리프트밸리열 바이러스는 고속도로를 타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조사한 감염 사례는 2가지가 있었는데, 한 명은 출산 일 주일 만에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간과 지라가 매우 비대한 증상을 보였다. 게다가 이 질병은 임신부에게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더 많은 신생아 감염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리프트밸리열병은 1931년 케냐 리프트밸리의 양떼 목장에서 처음 발견된 질병이다. 모기를 통해 전파되며, 가축은 물론 인체에 감염돼 치명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만 발병했지만, 교통이 발달하고 이 지역을 찾는 외부인이 늘면서 인류 보건의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2000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으로 번져 10만여명이 감염되고 700여명이 사망한 사례도 있다. 하트먼 교수는 “기후 변화로 인해 모기 떼의 이동과 질병의 전파 양상이 달라지고 있어, 기존에 퍼지지 않은 지역으로도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프트밸리열병은 현재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리프트밸리열병이 공공 보건 비상사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특히 임신부와 신생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확인됐다. 하트먼 교수는 “지카의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확산해 피해가 컸다”라며 “이번에는 미리 예방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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