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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업부 “공식 문서에서 산업보조금 표현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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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업부 “공식 문서에서 산업보조금 표현 자제”

입력
2019.01.08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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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립적 표현 기초지원금 써달라” 해수부ㆍ농림부에 협조 요청 

 일본ㆍEU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 WTO 제소에 선제 대응 

 

 

미중 무역 협상 차 중국을 방문 중인 제프리 게리시(왼쪽에서 세번째)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단장으로 한, 미 대표단이 7일 숙소인 베이징의 웨스틴 호텔을 나서고 있다. 이번 미·중 차관급 실무 협상은 8일까지 이틀간 양국 간 무역 불균형 해소 및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한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미중 무역 협상 차 중국을 방문 중인 제프리 게리시(왼쪽에서 세번째)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단장으로 한, 미 대표단이 7일 숙소인 베이징의 웨스틴 호텔을 나서고 있다. 이번 미·중 차관급 실무 협상은 8일까지 이틀간 양국 간 무역 불균형 해소 및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한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정부 정책 관련 공식 문서에서 ‘산업 보조금’이란 단어를 쓰지 말아달라”고 관계 부처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우리 정부 보조금에 대한 각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7일 한국일보 취재결과 산업부는 최근 열린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해양수산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에 ‘산업 보조금’이라는 문구 대신 이보다 중립적인 의미를 지닌 ‘기초 지원금’ 등의 표현을 사용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보조금(subsidy)’은 국가 기관이 특정 기업ㆍ지역ㆍ품목에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주는 것으로, WTO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동안 우리 정부는 연구개발(R&D) 등 보편적인 기초산업 지원도 ‘보조금(facilitation program)’으로 표현했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보조금 운영을 각 국가들이 상세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WTO가 협정 위반으로 규정한 ‘보조금’(subsidy)과 우리 정부가 쓰는 ‘보조금’(facilitation program)은 의미가 다른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어 이 같은 요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내 산업정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보조금’이란 단어를 남발할 경우 자칫 WTO 규정에 위반되는 ‘보조금’을 지원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정부 보조금에 대한 국가 간 견제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가 WTO 보조금 협정을 위반해 우리 조선업을 지원했다며 양자협의 개최 등 WTO 제소에 착수했다. 당시 양자협의에 참석했던 산업부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존속가치(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았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상업적인 고려로 지원했다는 점을 설명했지만, 양측 입장이 좁혀지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는 이달 중순쯤 WTO에 제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최근 우리나라 조선업 보조금 분쟁과 관련해 일본의 WTO 제소 절차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박사는 “핵심 산업부문을 지원하는 정부 보조금 정책이 WTO 협정에 어긋나면 상계관세 부과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지원해 온 보조금은 시장 경쟁력을 잃어 퇴출될 수 밖에 없는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게 아니라 보편적인 기초 산업을 지원하는 성격인데도 용어의 혼용 때문에 오해를 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최근 WTO 체제 개편 방안으로 보조금에 대한 회원국의 통보 의무를 강화하려 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간 운영하던 산업 보조금이 주로 기초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R&D) 보조 성격이어서 WTO에 통보하지 않았다. 미국과 EU 등은 회원국의 통보 의무가 충실히 이행되지 않을 경우 WTO 회원국 자격 박탈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보조금 용어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우리 정부가 산업 보조금 지원을 WTO에 숨겨왔다는 오해를 살 가능성이 크다”며 “WTO 통보 강화 방안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겨냥한 것이지만 우리 정부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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