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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정은의 따라하기

입력
2019.01.08 09:14
수정
2019.01.08 09: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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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무실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한 장면은 중국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부터 중난하이(中南海) 집무실 책상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시 주석의 집무실도 그때부터 공개됐다. 당시 시 주석 뒤로는 국기인 오성홍기와 만리장성을 그린 액자가 배치됐고 그 양쪽에 책장이 세워졌다. 책상 위에 홍색 핫라인 전화기 2대가 놓인 것도 화제였다. 언론들은 서가에 꽂힌 책과 작은 액자 속 사진의 의미를 분석하는 기사들을 쏟아 냈다.

□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무대도 비슷했다. 소파에 앉은 김 위원장 뒤로 인공기와 노동당기가 세워져 있었다. 집무실을 서재처럼 꾸미고 서가에 책들을 잔뜩 꽂은 것도 똑같았다. 소파 옆 작은 테이블 위에 전화기가 놓인 것도 비슷했다. 작은 사진 액자들을 적절히 배치한 것도 그대로 닮았다. 내용면에서도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하나같이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북중은 미국 주도의 제재와 미국과의 무역분쟁이라는 공동의 위협과 맞서 있는 동병상련의 처지다.

□ 열심히 베끼긴 했지만 ‘옥에 티’도 있다. 김 위원장 뒤로 탁상 시계가 보였는데, 바늘이 12시5분부터 12시55분까지 잡혔다. 화면 오른쪽 카메라가 찍은 영상에선 시계 바늘이 편집 도중 지워졌는데, 가운데 카메라 영상에선 바늘이 그대로 노출된 탓이다. 김 위원장 신년사의 최종 방영분이 30여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촬영 대목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 위원장도 꽤 긴장했던 모양이다. 중국과 다른 점도 있다. 김 위원장 양편으로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 사진을 건 게 가장 큰 차이다. 3대 세습 체제인 북한에서만 가능한 그림이다.

□ 북한은 신년사 무대 세팅도 본뜰 정도로 중국의 길을 모방하고 있다. 중국처럼 개혁ㆍ개방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렇게 북한과 중국은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 반면 우린 전통 우방인 미일과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북핵 협상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굳건해야 할 한미동맹은 오히려 흔들리는 형국이다. 일본과도 레이더 문제와 강제 징용 피해 배상 문제로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 외교가 역량을 더 발휘해야 할 기해년이다.

박일근 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2019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신화망 한국어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2019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신화망 한국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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