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4일 셧다운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 의회 지도부와의 회동이 빈손으로 끝난 뒤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가운데) 부통령,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해결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여야 의회 지도부가 4일(현지시간) 이틀 만에 다시 머리를 맞댔으나 접점을 또다시 찾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민주당의 ‘장벽 예산 제로(0)’ 지출 법안 하원 통과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이날 회동이 별 소득 없이 끝나자마자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언급하고 수년간의 셧다운도 각오하고 있다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소송 제기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의회 개원식 다음날인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민주당의 상ㆍ하원 지도부 인사들은 셧다운 사태 해법 모색을 위해 지난 2일에 이어 백악관에서 2차 회동을 가졌으나 또 ‘빈손’으로 헤어졌다. 회동에는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와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과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셧다운 일전’에서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자 여론전을 이어갔다. 회동 종료 직후 그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과 함께 1시간 동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펠로시 하원의장 선출 직후에도 백악관 브리핑룸을 ‘깜짝 방문’하며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장벽 건설 권한을 얻도록 비상 지휘권을 행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나’라는 질문을 받고는 “그렇다. 내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우리는 전적으로 국가보안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아직 그렇게 하진 않았다.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그것(장벽)을 매우 빠르게 세울 수 있다. 이건 장벽 건설을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협상을 통해서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한번 해 보자”고 덧붙였다.

‘민주당에 대한 협박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 누구도 협박한 적이 없다. 비상사태 선포를 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회동에서 의회 지도부에 수개월, 수년간 셧다운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한 게 맞는가’라는 물음에는 “분명히 내가 그리 말했다. 나는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럴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선 ‘셧다운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해결될지도 모르지만, 해결이 안 될 수도 있다”며 “남쪽 국경은 매우 끔찍한 재앙이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정부는 셧다운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에 대해선 “매우 매우 좋은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소 논쟁적 측면이 있었으나 매우 생산적이었다. 정부를 재가동하길 바라는 차원에선 우리 모두 같은 길 위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도 그는 “장벽은 효과가 있다. 돈 많고 힘 있고 성공한 사람들이 집 주변에 장벽을 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한 장벽 건설 예산의 배정을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도 반박에 나섰다. 펠로시 하원의장과 슈머 원내대표는 “정부의 문을 다시 열자고 대통령에게 호소했으나, 그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회동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회동을 “지루하고 논쟁적인 모임이었다”고 혹평했다. 슈머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으며 때때로 비이성적인 끔찍한 협상가”라면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협상에 관여해 정부 문을 다시 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장벽 예산 대치가 ‘트럼프 대 민주당’ 대결 구도로 이뤄지면서 공화당 지도부는 한발 물러서 있는 상태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지 않은 어떠한 지출 법안도 상원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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